주옥같은 시 남긴 대여 김춘수, 제16주기 추모제 29일 개최
시민 뿐 아니라 서울 관광객 등 참여, 추모 깊이 더 우러나

▲사진촬영 후 참석자들은 곧바로 마스크를 착용하였습니다.

통영의 시민들이 대여 김춘수를 위한 서시를 써내려갔다.

29일 동호동 남망산 입구에 위치한 김춘수꽃시비공원에서는 대여 김춘수 시인을 기리기 위한 제1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식에는 주최측인 통영예술의향기(회장 박우권)를 비롯 일반시민, 관광객들까지 참여하며 추모의 깊이를 더했다.

추모식은 김춘수의 처용단장 제3부 26편을 여는 시를 시작으로 헌다, 참석자 묵념 등 본격 행사를 진행했다.

대여 김춘수 시인은 1922년 11월 25일 동호동 출생으로 윤이상, 김상옥 등 걸출한 예술인들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만들어 예술 운동을 전개했다. 김 시인은 통영중학교 교사 재직 시절인 1947년 첫 시집 ‘구름과 장미’를 출간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전개했다.

경남대·경북대·영남대 교수와 국회의원을 거쳤으며 한국시인협회상, 자유아세아 문학상, 경상남도 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통영시문화상, 청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 시인은 창작초기 릴케 영향을 받아 1950년대말까지 존재론적 고독과 본질에 대한 탐구에 몰두했으며 시집으로는 ▲늪 ▲기 ▲꽃의 소묘 ▲타령조·기타 ▲처용단장 ▲남천 ▲비에 젖은 달 ▲김춘수 시집 ▲쉰 한편의 비가 등을 출간했다.

이 밖에도 자전적 소설인 꽃과 여우, 김소월~기형도 등 근현대시의 대표작을 가려 뽑아 시평을 달아놓은 ‘김춘수 사색사화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런 주옥같은 시편을 남겼던 김 시인은 2004년 8월 기도폐색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던 중 같은해 11월 29일 82세 나이로 작고했다.

그런 선생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 2007년 3주기 당시 현 통영예술의 향기 전신인 ‘꽃과 의미’와 한산신문이 공동주최해 시민의 힘으로 지금의 김춘수꽃시비를 건립했다.

박우권 회장은 “매년 봉행하는 일곱분의 추모제 행사 중 김춘수 선생님의 추모제가 마지막 순서이다. 항상 안도의 한숨과 함께 늘 설레이는 마음 또한 사실이다. 오늘 추모식에서는 김춘수 선생님의 페르소나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해볼까 한다”며 선생을 기억하기 위한 인사말을 열었다.

이어 “김춘수 시인은 부유한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났다. 무엇하나 부족함과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명예로움 속에서도 선생의 페르소나는 약자들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평생 자신을 옥죄어왔다. 그 일화로 좋은 옷을 입고 등교했다가도 가난한 아이들과 옷을 바꿔입고 집으로 오거나 길에서 가난한 사람이 물건을 팔고 있으면 차를 타고 가다가도 그 물건을 사는 등 아마 시인이 그렇게 오랫동안 큰 주제로 몸앓이를 했던 ‘처용’과도 무관하지 않은 페르소나가 아닐까한다”며 늘 약자를 향했던 시인의 페르소나에 대해 언급했다.

김 시인의 이런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은 선생의 자전소설인 ‘꽃과 여우’에 많이 그러져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부자로서의 부끄러움을 늘 느껴왔던 것이다. 그러다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일본 유학시절 조선 고학생 친구를 돕기 위해 석탄 하역작업 중 일본 일왕과 총독정치를 우리말로 비판하다 그 중 한 친구가 배신해 고자질하는 바람에 불령선인으로 체포되는 수난을 겪었던 것이다.

박우권 회장은 “체포된 시인은 수갑을 찬 채 깜깜한 현해탄을 건너 부산 수상경찰서까지 호송됐다. 학교는 이미 퇴학당한 후였다. 선생은 이런 표현을 했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꽃, 진달래 꽃전’ 이라고 말이다. 저는 시를 쓰거나 글을 쓰는 문인은 아니지만 좋은 시, 위대한 시인은 그저 타고나는 것만이 아님을 느낀다”며 시인이 걸어온길에 대한 감회로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각자 순서에 따라 시인의 시집 ‘처용단장’ 제4부-뱀의발을 낭송하며 시인만을 위한 작은 낭독시간을 가졌다.

특히 한 관광객은 “제가 좋아하는 김춘수 시인의 추모제에 우연히 참석하게 돼 무척 영광”이라며 묵묵히 김춘수의 시를 낭독, 김춘수의 뜻과 추모에 그 의미를 더 깊게 전했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꽃시비 앞 진심이 담긴 국화꽃을 헌화하며 통영의 마지막 추모제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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