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랑 일대가 부촌이었던 시절로 인해, 요즈음 이 주변을 더듬어보며 어쩐지 쓸쓸함 마저 감돌게 됨을 어쩌랴.

등굣길이나 하굣길에 초등학생이 북새통을 이뤄 분주했던 그날 생각에, 오늘날 참으로 허전함을 달랠 길 없어 어디다가 하소연해야 할까 망연자실하다.

수차례 시도했던 주변 건설 사업계획이 개발권 제한에 묶여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항남1번가의 그 흥성했던 지난날을 되돌릴 수 없음을 누구에게만 탓할 수는 없다. 이들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누리고 사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의지 없이는 불가능 하다는 것을, 몇 차례의 대형 사업계획 취소가 그 좋은 예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호동 일대를 호화로운 아파트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드랬으나 사업성 부실로 진전이 안 된 일이나, 멀쩡했던 충렬초등학교가 폐교의 위기까지 내몰리게 되어도 해결책은 속수무책이었던 날들을 접하며, 먼 안목으로 이들 문제점들을 다독이지 못한 자책에 가슴아파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흉물로 방치되기에까지 이르렀던 서피랑 주변은, 연차적 정비사업 추진으로 꿈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온 곳이다. 여기에 서호천 조성이라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 발표에, 명정동 골짝주변에는 팔 집이 없을 정도로 환상에 젖었기도 했다. 이제야 우리 동네도 번쩍반짝 탈바꿈 하는구나라고 들떠 야단들이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반려해버려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이 없이 맨송맨송 유야무야되어버려 허탈해 하기도 여러 날이었다.

그러다가 서피랑 피아노계단 같은 색다른 진전 등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이나 하는 때도 있었다. 주변 방역에서부터 곳곳의 모양새 바꾸기에 여념이 없었던, 하루가 색다르게 잔잔한 사업들이 추진되는 것을 보고 짠 하는 희망을 느꼈다. 하지만 근간에 들어 삶의 기본 조건인 방역마저 부실한 채 정체되고, 그나마 활기 넘침은커녕 또다시 예전 같은 무관심으로 탈바꿈 되는 서글픔에 깊은 상심으로 젖어 있다.

서피랑은 주민들 산보의 대상만으로 남아 있어야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장소이다. 이곳에 어떤 식으로라도 동피랑에 버금가는 뻔쩍뻔뜩하는 아이디어로 관광객을 수용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이 현재이다. 그래야 주변 상권이 고개 내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부풀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피랑 시비공원은 국비나 도비의 혜택을 떠나,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원대한 희망의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으나 이를 놓이게 되었다. 모든 추진하는 사업에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발생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그것을 해결해야하는 주체가 바로 시청이나 도·시의회의 몫이다. 아울러 서피랑 주위 주민들의 강력한 의지가 표명됐어야 옳았다. 이에 딴전 부리는 사람들로 인해 이번의 사업이 무산되었다고 생각하니, 이곳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통을 안 터뜨릴 수 없다.

서피랑은 통영시민의 것이기 이전에, 이곳 주변 주민들의 몫이라는 게 보편인의 견해들이다. 쓸모없는 짜투리 땅을 활용해서 통영유명예술인의 업을 기리자는 순진무구한 생각에 환호를 보냈었다. 일제강점기 민족해방운동의 일념 끝에 영글어낸, 늘샘 탁상수와 하보 장응두의 항일시, 시조, 동시를 새기지 못함을, 참으로 서글프게 생각한다.

서피랑은 큰 바위 얼굴에는 비길 바도 못되고, 허망하게 쓰러진 왕조의 왕릉 같기도 하다고, 훌러덩 민둥산이 같아 흉물스럽다는 외부인의 핀잔도 듣기도 한다. 이곳을 명정동 주민들은 늘 면전에 안고 접해야만 한다.

산뜻한 대형 아파트 단지는 단체로 단지 내 공동 페인트 작업만 끝내도 그네들 아파트 집값이 술렁인다고 한다. 하지만 집단단독주택 공동체는 대형 국책 사업을 들이대지 않고서는 방도가 없는 것이다.

이제 물 건너 간 일들에 땅을 쳐봐도 소용없는 일이다. 서피랑은 명정동, 서호동, 항남동, 중앙동의 상권을 울렁이게 할 수 있는 값진 명소이다. 교통편의상으로 접근하기에 아주 편리한 곳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이름 값할 수 있는 명품 시비공원에서, 전국시화전도 즐기고 외부인들의 나들이에 히야 하야할 꿈은, 한참 멀어져 참 아쉽다. 하지만 이렇게 밋밋하게 방치할 게 아니라, 앞으로 걸출한 사업이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또 기약 없이 세월만 흐르것다. 황당한 세상 탓만 하기에는 너무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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