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예술의향기 지난 7일 주평 5주기 추모제 봉행
지난 13일 청마 53주기 추모제 봉행, 한산신문 후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여라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시 행복 중>

고향 통영을 지독히 사랑한 예술가 주평과 청마 유치환을 기리는 조촐한 추모행사가 지난 7일과 13일 통영예술의향기(회장 박우권) 주최로 열렸다.

"솜털 같은 민들레 꽃잎이, 바람에 날리어 어디론가 날아가다가 어느 들판에 내려 앉아 또 다른 민들레꽃을 피웠다면…," 노래처럼 기도처럼 외쳤던 극작가 주평(본명 주정웅 1929-2015).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5년, 문화서포터스 통영예술의향기와 한산신문은 타계일인 지난 7일 오전 11시 정량동 주민자치센터 2층에서 추모제를 봉행했다.

"아동극을 위해 태어나 평생 아동극에 몸 바친 주평"이라는 묘비명을 소망한 주평 선생은 생전 아동극집 21권, 아동극 이론집 2권, 중고등학생극집 2권, 성인희곡집 2권, 수필집 5권을 발간,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가장 많은 작품을 창작한 아동문학의 1인자라는 평을 받았다.

한국아동문학의 개척자는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꽃같은 열정으로 펜을 놓지 않았고, 그의 유작이 타계 1주기를 맞아 주평 아동극집 '등대섬 아이들'(신아출판사)이라는 이름으로 빛을 발했다.

주평 선생은 진해에서 출생, 아버지를 따라 아주 어린 시절 통영시 서호동 해방다리 옆에서 터전을 잡고 연세대 의대 재학 중 연극에 빠져 학업을 중단, 통영출신 유치진의 문하에 들어가 극작가가 됐다.

1962년 한국 최초의 아동극단 '새들'을 창단하고 한국아동극협회를 조직, 전국아동극 경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임동진 안성기 윤여정 서인석 송성환 손창민 등 지금도 쟁쟁한 배우들이 그의 극단을 거쳤다.

하지만 그는 1976년 국립아동극장을 설립하려는 꿈이 국회 법률안 부결로 좌절되자 소위 "홧김에 미국 이민을 택했다"고 고백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해서도 한인 아동극단과 성인극단, 노인극단 등 3개 극단을 운영하며 교민들을 상대로 공연을 계속했다.

극작 연출 안무 연기 1인 4역을 마다하지 않던 그는 지난 2004년 한 가지 소원을 마침내 이루었다.

한산신문과 통영문화원 초청 '통영탄생 400주년 기념 재미아동극단 민들레 가족 뮤지컬 콩쥐팥쥐'를 통영시민문화회관에 올려 큰 박수를 받았다. 당시 "내 고향 통영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고, 나는 그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그리고 그해 50여 년간 발표한 동극 118편을 엮은 주평아동극전집(10권·신아출판사)을 발간했다.

2007년에는 50년 외길을 걸어온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 '아동극과 더불어 반세기'(교학사)와 네 번째 수필집 '뱃고동'(신아출판사)을 고국에서 연이어 출간, 화제가 됐다.

2012년 그는 여든 세 살 노구를 이끌고 머나먼 태평양을 건너 고향 통영을 방문, 통영예술의향기와 기념사업 전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2014년 아동극 숲속의 대장간(1962)과 행복한 왕자(1965)가 19년 만에 초등 4-2, 6-1학기 국어교과서에 재 수록되는 영광도 안았다.

이미 1967∼1995년 석수장이(4-1), 숲속의 대장간(4-2), 섬마을의 전설(6-1), 크리스마스 송가(6-2) 등 4편이 초등 국어 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무려 28년간이나 교과서에 수록된 영예를 수록한 작품들이다.

노 작가는 생애 마지막까지 "고향 통영이 너무 그립다. 나의 식지 않은 창작열은 이국땅에서 고향을 향해 부르는 사모곡(思母曲)이다. 내 고향 통영을 너무나 너무나 사랑한다"고 부르짖었다.

고향 통영을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자신의 사후 저작권과 기념사업 전반을 통영에 희사하고 천국으로 떠난 지 5년, 그의 고향은 추모제로 화답했다.

선생과 생전 교우하던 인연으로 저작권과 기념사업 전반을 이임 받은 통영예술의향기는 이날 다도와 국화꽃 한 송이씩 올리는 추모의 시간과 선생의 작품을 돌아가면서 읽는 윤독으로 선생을 추억했다. 

또 통영예술의향기가 제작한 선생의 동영상을 함께 감상하고 회고하는 시간도 가졌다. 

지난 13일은 청마 유치환 시인의 타계 53주년, 통영예술의향기는 통영 청마문학관에서 한국 현대문학사의 필봉인 청마 유치환 선생의 추모제를 봉행했다.

1908년 음력 7월 14일 통영에서 출생, 한국현대문학사의 큰 별로서 1967년 2월 13일 타계한 청마 유치환 시인.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아직도 그의 시 깃발처럼 아직도 우리의 가슴에 나부끼고, 그의 수많은 시로 인해 우리는 행복하다.

이날 통영예술의향기 이사들은 청마의 시 낭송으로 문을 열고, 헌다와 청마 약력보고, 추모사, 그리고 헌화 봉행 등의 순서로 청마선생을 흠모했다.

청마 유치환은 1931년 문예월간 제2호에 시 '정적'을 발표, 문단에 데뷔했으며, 서울시 문화상,
부산시문화상, 예술원 공로상, 제1회 시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청마시초(1939), 생명의 서(1947), 울릉도(1948), 청령 일기(1949), 보병과 더불어(1957), 예루살렘의 닭(1953), 청마 시집(1954), 제9시집(1957), 유치환 시선(1958),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1960), 미루나무와 남풍(1964) 등이 있다.

청마 선생은 평소 "지각없고 방향 없는 생활 가운데서도 한 시인으로 잡아 키워준 것은 부지불식중에서라도 또 하나 나의 고향의 그 맑고 고운 자연의 풍치가 아니든가 곰곰이 생각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한 그루의 나무가 그가 선 자리에 따라 몸매가 절로 갖추어지듯이"라며 고향 예찬론을 펼쳤다. 

박우권 회장은 "청마 선생이 가신지 어언 53주년, 주평 선생이 우리를 떠난 지 벌써 5주년. 유독 매년 2월만 되면 두 분 선생님의 시와 글이 더욱 그리워진다"고 회고했다.

이어 "2월 추모제는 통영 후배 우리들이 두 선생의 영전에 시 한수와 글 한 조각, 그리고 추모의 마음을 바치는 날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동참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뜻을 잊지 않고 새긴 향기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초정 김상옥 선생과 김용익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 또한 그 보석을 어찌 조명해 낼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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