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부활, '우리는 이렇게 살아났다'

1. 먹거리로 ‘식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단양구경시장’

2. 예술과 전통시장이 만든 관광명소 ‘대구방천시장’

3. 청년이 살려낸 기적의 시장 ‘전주남부시장’

4. 문화와의 융합, 지역의 중심지 ‘금산시네마켓 청년몰’

5. 전통시장 살아남기, 통영 전통시장의 미래는

전체 인구 245만 명의 대구광역시에는 많은 시장이 있다. 남부권에서 가장 큰 서문시장을 비롯 서남시장, 방천시장, 신천시장, 칠성시장 등 전통시장이 많이 남아있는 대표적인 도시다.

시장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거래가 많았고 상거래가 활성화된 도시라는 것을 반영한다. 하지만 대구도 시대의 변화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전통시장들은 시대적인 변화로 볼 수 있는 유통업의 진화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차례차례 무너졌고 대구의 시장들도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허나 이러한 상황에도 살아남은 시장들이 있다. 먼저 큰 규모로 다각화를 시도해 살아남은 서문시장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이와 달리 조금은 독특한 방법으로 살아남은 작은 시장이 있다. 한 예술가의 흔적이 시장을 새롭게 살리고 있는 대구방천시장이다.

 

예술과 시장의 만남

‘김광석’과 방천시장

대구는 매우 번화한 도시다. 경북권 최대의 도시답게 멋지게 깔린 아스팔트 도로와 높은 빌딩들이 인사한다.

관광객들의 방문이 많기보다는 현지인들의 유동이 더 많은 전형적인 대도시인 대구에는 관광지라고 뽑을 만한 명소가 많지 않다.

팔공산과 수성못이 유명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뺏는 관광명소가 바로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이다.

그의 음악인 ‘일어나’의 가사처럼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거야’라고 외치며 방천시장을 일으켰다.

방천시장 부활을 위해 진행된 ‘문전성시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시장과 예술가의 성공적인 만남을 증명했다.

듣는이의 마음을 훔치는 주옥같은 멜로디와 가사로 대한민국의 포크 문화의 상징이자 천재 음악가로 불리는 ‘김광석’은 그 이름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실제로 그는 대구 대봉동이 고향이다. 대한민국 대표 가수의 유년기를 보낸 곳이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과 ‘방천시장’은 따로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공간이다. 신천을 따라 길게 뻗은 350미터의 골목길은 참으로 독특하다.

한때는 둑방길로도 불렸던 이 길은 지금은 ‘김광석’이란 예술가를 그린 수많은 벽화들과 흘러나오는 그의 음악이 가득해 찾아온 이들을 순식간에 추억 속으로 끌고 간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조금은 지긋한 시민들의 방문이 많다. 물론 벽화 앞에는 사진을 찍는 젊은 청춘들과 가족단위 관광객들도 많았다.

2010년부터 조성이 시작된 이 거리는 대구를 방문한 사람들이 꼭 한번은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무너졌던 방천시장에는 젊음이 들어왔다.

 

무너진 전통시장

프로젝트의 성공

방천시장은 예술과 시장을 연계한 프로젝트들이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때 점포수가 1천개가 넘는 대구의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였지만 계속되는 악재로 몰락을 거듭, 존폐의 기로에 서있었다.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대구광역시는 지난 2009년부터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시행, 새롭게 변모시켰다.

한 시민은 “방천시장은 그대로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망이 없어보였다. 방천시장 망했다는 소문이 대구 전역에 퍼졌지만 이렇게 유지할 수 있던 것은 프로젝트의 효과가 맞다”고 설명했다.

부활의 첫 걸음은 방천시장 예술 프로젝트인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다. 2011세계육상경기대회를 앞두고 주요 마라톤코스인 방천시장 일원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는 그 가능성을 알렸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전시공간을 제공, 젊은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선정, 그 일환으로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을 만들게 됐다.

텅 비어있던 방천시장의 빈 상가에 예술가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작업공간을 제공했고 예술가들은 시장을 새롭게 꾸며나갔다.

이에 상인들과 예술가들의 원활한 관계가 성공적으로 정착, 이후 13개 사업을 추진해 대구시민들에게 방천시장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해 활기를 불어넣었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에도 꾸준한 사업을 통해 벽화리뉴얼사업, 골목방송국설치, 야외공연장조성, 화장실신축 등 방문객 편의시설 보완에 성공했다.

이와 같은 꾸준한 노력으로 현재는 주말 평균 5천여 명의 관광객과 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다.

 

젊은 청춘들의 시장

이색적인 점포 즐비

지금의 방천시장은 대부분이 기억하는 전통시장의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참으로 묘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방천시장 인근에는 최신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앞에는 웨딩거리가 형성돼 있다.

여기서 가장 멋진 곳은 웨딩거리에서 방천시장으로 연결된 골목들이다. 규칙 없이 나있는 골목들은 그야말로 사진 포인트다.

지역 예술가들과 젊은 청춘들이 바꿔놓은 시장을 거닐다보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어떤 골목은 유럽의 한 골목이 떠오르기도 한다. 오래돼 흉물스럽기도 했던 낮은 건물들은 젊은 상인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재구성, 아름다운 점포들로 탈바꿈했다.

기존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한 채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킨 인테리어는 방천시장을 상징하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됐다.

일본식 가옥과 한옥을 살린 이 매장들을 방문하다보면 한 때 유행했던 북유럽식 노출 콘크리트는 이곳에서는 촌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이러한 매장들이 골목 곳곳에 있다 보니 방천시장은 참으로 재밌는 시장이 됐다. 그리고 이 매장들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대부분 젊은 청춘들이다.

방천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젊은 상인은 “처음에 방천시장을 찾았을 때 이 오래된 집을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 인수를 결정했다. 오랜 세월이 만든 색은 기존의 페인트로는 낼 수 없다. 최대한 그 모습을 남기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가게들이 한 곳 두 곳 모이다보니 서로 의지도 하게 되고 방천시장을 잘 유지해야한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이제 이곳은 우리의 성지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통시장 문화공연의 표본

곳곳에서 음악 공연 열려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들은 무대를 만들고 각종 문화공연을 펼치지만 조금은 어색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시장상인들만의 축제로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방천시장은 이들과 조금은 다르다. 김광석의 흔적은 방천시장에서의 문화공연을 아무런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거닐다 보면 흘러나오는 그의 음악도 멋지지만 길 중앙에 만들어진 작은 공연장에 멈춰 서서 듣는 음악도 맛이 있다.

어쿠스틱 기타 동호회의 정기 연주회는 물론 작은 소극단의 연극, 청소년 동아리의 공연도 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장소에는 유독 기타를 매고 다니는 연주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의 연주는 정해진 장소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1평 정도의 그림자만 있으면 어디든 서서 연주했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연주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실력의 고하를 떠나 그들의 공연은 거리와 시장을 빛내고 있다.

 

방천시장, 먹거리 특화

1시간 웨이팅도 빈번

지금의 방천시장은 이전의 큰 규모를 자랑하지는 않는다. 장사를 하고 있는 점포는 60여 개 정도로 대부분 음식점이거나 카페다.

놀라운 점은 이 60여 개의 점포가 대부분 다 소문난 ‘맛집’이라는 점이다. 수는 적지만 그 실속이 대단하다.

방천시장에서 장사를 해 맛있다고 소문난 집들은 벌써 다른 지역에 체인점을 내고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부드러운 크림소스에 닭고기를 완벽하게 조리한 크림 찜닭은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또 두툼하고 촉촉하게 튀겨낸 일본식 돈카츠 가게는 대구 최고의 돈카츠 맛집으로 손꼽힌다.

조금만 더 걷다보면 방천시장을 족발 시장이라고 불리게 만든 족발 가게는 밀려드는 손님에 오픈부터 마감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주문 즉시 생면을 뽑아 만드는 밀면 가게도 그 맛에 대한 명성이 대구를 넘어 타 도시까지 전해진다.

한우 가게도 유명하다. 두껍게 썰어낸 한우 뭉티기와 가스 토치로 화끈한 불쇼를 선보이며 구워낸 등심구이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처럼 방천시장은 맛집으로 가득하다. 대구를 대표하는 식당들이 즐비하다보니 방천하면 먹거리다.

1시간 이상의 기다림은 기본이거니와 이른 시간에도 조기 품절 표시와 함께 마감을 준비하는 식당들도 많다.

더불어 분위기 좋은 카페들은 그야말로 넘쳐난다. 커피는 맛이 아닌 분위기로 먹는다는 한 젊은이의 말대로 라면 대구 방천시장의 카페들은 최고다.

더운 날씨의 영향도 있겠지만 방천시장의 카페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대부분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처럼 방천시장은 전통시장의 외모에 젊은 감성의 문화와 예술이 겸비된 관광명소가 됐다.

 

한 예술가가 만든 변화

인근 주민들의 자랑으로

방천시장의 변화는 인근 주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끊었던 사람들이 주민들이지만 가장 먼저 찾아와 응원해준 사람들도 주민들이다.

박건목(33)씨는 “어린 시절 처음 대구로 이사 왔을 때 가족들과 장을 처음 본 시장이 방천시장이다. 현재까지도 이 근처에서 살고 있다”고 간단히 소개했다.

그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이 생기면서 방천시장에 대한 발길을 끊었고 어쩌다보니 바로 옆에 있음에도 한동안 잘 가지 않았다. 무너진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 위기가 와닿지 않았다. 10년 전만해도 몇몇 지인들은 방천시장이 어디 있는 시장이냐는 이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하지 않았고 김광석이라는 예술가의 영향이 없었다면 지금은 아마 이 시장은 없어졌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의 변화에 대해 “김광석이라는 가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다. 고인이 된 지금도 그의 음악은 여전히 사랑받는다. 전통시장이 김광석에게 배워야하는 점이 바로 그런 점이다. 오랜시간이 흘러도 사랑 받을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천시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삶에도 조금 변화가 생겼다. 퇴근 이후 산책을 하거나 간단히 맥주 한잔하며 피로를 풀기도 좋다. 주말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나와 공연을 보고 커피를 먹기도 한다. 이제는 낭만적인 장소가 돼 주변 지인들이 부러워하고 약속장소를 이쪽으로 일부러 잡기도 한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모습이 오래 유지되길 바란다. 어느 순간부터 일주일에 3번 이상 방문하고 있다. 동네의 자랑거리가 된 방천시장은 문화와 예술로 더욱 아름다워 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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