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성동조선 3차 매각 입찰 실패…청산 가능성↑
성동조선 두고 비판 봇물, 노·사·정 공동 책임론도

통영의 보물단지라고 여겨지던 성동조선은 이제 통영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성동조선해양이 마지막 보루로 남겨뒀던 3차 매각까지 실패, 청산에 직면했다.

지난 13일 열린 성동조선 3차 매각은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실패했다.

이를 두고 신규 수주건 하나 없이 경쟁력을 잃은 조선소를 매입할 대상자를 찾는 것 자체가 무모했다는 업계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3월 삼일회계법인이 실시한 가치조사에서는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를 넘어서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미 가망 없던 성동조선의 구제를 위해 국민의 혈세 4조여 원을 투입하게 만든 이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조선업계에서는 창원지방법원이 정한 회생계획 가결기한은 오는 10월 18일로 3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더 이상 인수자 선정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결 연장을 위해서는 법원에 실현 가능한 회생계획안을 내야하지만 확실한 계획이 없는 과정에서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상황에서 법원도 더 이상 고민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6개월의 연장을 해주기도 했지만 채권자들의 입장도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성동조선의 수많은 채권자 중 한명이라도 청산을 요청할 경우 청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창원지법이 회생계획안을 받기로 한 10월 18일 이전에 성동조선에 대한 회생절차폐지하고 직권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성동조선의 성장에서 청산을 앞둔 지금까지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중형 벌크선을 중심으로 한때 수주량 세계 8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2009년 외환 파생 상품인 키코(KIKO) 투자실패로 1조원 대 손실을 입으면서 자본 잠식에 들어갔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회사를 어떻게든 살린다는 목표로 수출입은행·농협 등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4조 2천억 원을 지원했지만 경영 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결국 2016년 수주잔량이 제로에 도달, 모든 것이 바닥난 상태에서 성동조선은 채권단의 돈을 대부분 인건비로 지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3차 매각 실패의 원인으로 구조조정의 실패를 가장 먼저 꼽고 있다.

수주하나 없는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고용 인력까지 업고 가야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인수에 나서기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경영이 어려워짐에도 한 때 고용 인력이 1,200여 명을 넘어섰던 성동조선은 경영전문가들에게 400여 명 이하로 축소할 것을 권유 받았으나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로 실패했다.

여러 번의 퇴직 권고로 우여곡절 끝에 750여 명까지 줄인 인력은 노‧사‧정 합의로 인해 정리해고에 실패, 관리 인력을 제한 650여 명이 무급휴직 상태다.

지금 남아있는 성동조선의 부지를 관리하는 인력은 100여 명, 현재까지도 이들의 월급과 관리비를 포함한 20억 원 이상의 금액이 매달 국민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금융계의 냉정한 판단이다. 인수 희망 업체들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증빙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은행에서는 성동조선에 대한 RG 보증을 비롯한 자금 지원을 해줄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도와 정부가 여러 차례 완화를 요청했지만 결국 금융계는 문을 열지 않았다.

아무런 실적 없는 조선소의 RG는 그 위험성이 너무 커 허용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술력에 대한 부분도 지적받았다. 최근 조선업의 호황은 LNG선박에 국한됐다.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졌지만 이는 빅3 조선소들만의 이야기다.

LNG선박으로 인한 수익이 중형 벌크선에 비해 확실히 작긴 하지만 시대는 LNG선박을 요구했다. 중형 벌크선 중심의 성동조선은 LNG선박의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번 성동조선 매각 실패를 두고 정부에서도 더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5대 금융지주 회장 비공개 조찬에서 “현재 징후로 봐선 매각이 어려워 보인다. 남은 절차는 창원지방법원과 채권단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성동조선 노사측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기성 지회장은 "매각 실패는 매우 실망스럽다. 오는 18일 법원 재판부와 면담을 할 예정이지만 4차 매각을 다시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이 안된다고 하면 청산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법원 안팎 분위기를 보면 청산에 대한 부담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안된다면 다시 채권단으로 돌아가는 방안이 있다.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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