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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수의 통영이야기 178 - 섬, 길

기사승인 2018.10.05  09: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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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길은 삶이요 생명이다. 길은 삶으로 말미암아 생겨났고, 길이 있어 생명이 이어질 수 있다. 삶이 있으면 길이 있고, 길이 있으면 삶의 터전이 있기 마련이다. 낯선 곳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길을 잃는 것이다. 삶으로부터의 고립, 배제를 말하기 때문이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쉽게 절망한다. 절망은 치명적인 삶의 바이러스다. 삶에 절망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 무엇도 아닌, 길이다. 작은 오솔길이라도 발견하는 순간 사라진 줄 알았던 삶의 의욕이 폭풍처럼 일어선다.

낡고 익숙한 큰길을 버리고 새길을 찾는 사람, 자신 앞에 펼쳐진 길이 실낱같아 보이는 사람, 삶의 길이 지루해진 사람, 고산준령을 타고 넘을 준비를 하는 사람, 대양을 넘어 새길을 내고자 하는 사람, 자신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찾는 사람, 이들에게 나는 섬길을 권한다.

왜 섬길인가? 

걸어본 사람은 안다. 섬의 혈관을 따라 걷는 길은 삶을 위한 긴장과 삶의 완성을 위한 이완이 만나는 곳이다. 핍진한 섬 살이가 만들어낸 길, 아무리 부지런히 걸어도 원점으로 회귀하고야 마는 길,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홀연히 삶이 사라진다. 내가 없어진다. 

섬길을 걷다 문득 고개 들어보면 텅 비어버린 세상을 만나곤 한다. 그렇다. 섬길은 비움과 성찰, 근원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섬에서는 산길도, 들길도, 골목길도 모두 바닷길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세상에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했다. 뭇 생명을 기르며, 낮은 곳으로 흘러 모든 것을 품으면서도 자신을 고집하지 않는 물. 그 물이 모여드는 곳, 세상에서 가장 낮고 깊고 넓은 바다와 함께 하는 길이 섬길이다.

바다와 함께 하는 그 길을 따라 마음이 물처럼 흐른다. 물빛에, 하늘빛에 물든다. 물처럼 바람처럼 물결친다. 어느덧 평안하고 지혜로워진다.

아, 노파심에 말하지만, 섬길을 차로 돌겠다는 생각은 차 트렁크에 넣어둬야 한다. 큰 섬이 아니면 찻길이 없기도 하지만, 찻길은 차를 위한 길이지,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다.

찻길은 차들에 양보하고, 사람은 사람의 길로 걸어야 한다. 사람이 짐승의 길을 가면 짐승이 되고, 찻길로 가면 기계가 되기 쉽다. 기계가 되기 위해 애써 섬에 갈 바보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불필요하게 섬에 찻길을 내고, 다리를 내고, 비행기 길을 내는 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섬길을 걸으며 사람들은 21세기가 바라는 창의성, 인문적 관점, 생태적 철학을 갖추게 될 것이다. 섬과 섬길은 통영의 미래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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