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김영배

갯녹음이란 생태학적 또는 어떤 원인에 의해 연안의 환경이 바뀌어 해조류가 탈락, 고사, 유실, 소멸하고 오랜 기간 동안 자연적으로 해조류가 발생과 서식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특히 대형 갈조류가 우점적으로 서식하던 공간과 기질에 탄산칼슘(CaCO3) 성분의 소형 홍조류인 무절산호조류가 피복, 점유하는데 무절산호조류는 살아있는 상태에서는 분홍색을 띄지만 사멸 후에는 흰색으로 보이므로 갯녹음을 다른 표현으로 백화현상이라고도 부른다.

갯녹음은 순수한 우리말 표현으로 “얕은 물가” 또는 “얕은 바닷가”를 뜻하는 “갯”이라는 의미와, 식물의 잎녹음과 끝녹음에서 유래한 “녹음”을 따왔다. 잎녹음은 일반적으로 해조류가 조락기에 들어가는 5~8월의 고수온기에 일어나는데 일년생 해조는 생식세포를 방출하며 탈락․소실한 후 고사하게 되며, 다년생 해조류는 여름을 나기 위해서 부착기(뿌리부분)나 경상부(줄기부분) 또는 엽상부의 기부부분만 남기고 조체가 유실하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와 달리 끝녹음 현상은 생장하던 엽체의 세포조직 중 오래된 조직인 엽체의 끝부분이 고수온기가 되면 생활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녹아 나가거나 차차 붕괴하면서 유실되는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우리말의 갯녹음과 같은 뜻으로 기소(磯燒)라고 표현하고, 이소야케(Isoyake)라 부른다. 이 말을 직역하면 “바위가 불탄다”가 되고 의미로는 “해안가의 암반지대가 변색되다”라는 의미이다. 猿藤(1902) 이후 田子(1915), Ohmi(1951), 正置(1984) 등에 의해 일본에서 공식 용어로 기소(磯燒)를 사용하고 있다.

갯녹음의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는 백화는 갯녹음 현상이 나타나면 해조류의 탈락․유실은 물론 해조류가 고사하면서 나타나는 엽상부의 변색이나 탈색, 무절산호조류의 번무와 표피분리로 인해 해안가의 암반이 희게 변한 것에서 유래되었고, 이것이 일부 해양학자나 저서동물의 생태 등을 연구하는 해양생태학자들의 연구나 기록, 해녀나 잠수부 등 일선 어업인 등에 의해 구전된 용어가 각종 매스컴 등을 통해 정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조류의 종 다양성이 줄어들거나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는 현상은 오늘날 북반구 해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서부 연안에는 자이언트 켈프 자원이 급격히 감소하여 큰 문제가 되고 있고, 미국 동부 메인 주에도 이러한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갯녹음이라고 표현하는 이러한 현상을 영어로는 Coralline flat, Barren ground, Decadent seashore, Destroyed submarine forest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갯녹음의 영문표기는 “Barren ground”가 주로 사용 된다. 다양한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나라별로 갯녹음 현상의 원인과 모습은 상이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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