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모래 파낼꺼면 내 심장도 파내가라. 어민의 대변인 해수부와 모래채취 발주처인 국토부 관계자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용역업체 말고 정부 관계자들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 제발 어민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 우리 어민 다 죽는다”

은빛 멸치떼와 갈치가 넘쳐나던 욕지 앞바다를 황폐화시킨 주범인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싸고 극한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어민들의 목소리가 원망을 넘어 분노에 달하고 있다.

남해EEZ(배타적 경제수역) 바닷모래 단지 지정변경 5차 해역이용영향평가 주민 공청회 자리에서 어민들이 애타게 정부 관계자를 찾았지만 어민을 대변해야 할 해수부나 발주처인 국토부 관계자 단 한명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골재단지 관리자인 국토부 대신 용역업체인 해양환경공단만이 엉터리 평가서를 근거로 어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고 애쓸 뿐이었다.

지금까지 욕지도 남방 50㎞ 해역에서 채취된 바닷모래는 총 1억2000만㎥. 덤프트럭(15t) 1200만대 분으로 서울 남산의 1.5배다. 바다 속 모래층은 완전히 사라지고, 암반이 드러난 거대한 웅덩이로 변했다고 한다. 어민들의 조업은 물론이고 생태계 회복까지 힘들어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안정화 대책과 제도개선을 약속했지만 골재채취단지 지정 기한을 이번까지 5차례나 변경하며 늘리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2020년 8월까지 부산 사직야구장 20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바닷모래 추가 채취를 욕지 앞바다에서 한단다. 이 계획은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묻고 싶다.

가장 큰 문제는 2001년 바닷모래 채취가 시작된 후 벌써 17년째 갈등이 이어져도 아무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민들은 어장 황폐화, 골재협회는 골재 파동을 이유로 맞서 양쪽의 손실이 커져도 국토부와 해수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엉터리 보고서와 방대한 설명회 자료로 어민들을 주눅들게 하지 말고, 지난 4차 해역이용협의 이행조건인 △채취심도 제한(10m) △일정기간 정치 후 부유물질 배출 △산란기 채취 중단 △광구별 복구방안연구 및 복원계획 수립 △옵서버 승선 등이 누락된 이유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어업인들의 희생만을 강요할 것인가.

바닷모래의 상업적 채취 금지는 물론이고 4대강 준설토 활용과 모래 수입 등 대안책을 정부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더 이상은 안된다. 국토부는 남해EEZ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을 즉각 중단하고 훼손된 해저지형 원상복구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