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초의 승부’ 자연의 혜택에 감사하며 물질 작업 하는 일본 아마(海女)

기획취재 “살아있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 해녀를 말하다”

<1> 제주도의 또 다른 얼굴, ‘제주해녀’
<2> 콘텐츠로 보는 해녀의 고달픈 삶
<3> 50초의 승부, 일본 ‘아마(海女)’
<4> 해녀 보전과 전승, 어디까지 왔나
<5> 통영 해녀, 그 길을 찾다

 

일본 아마들이 물질에 나서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식자랑, 남편험담 웃음소리 가득 ‘아마고야(불턱)’

어판장으로 어획물을 옮긴 후, 도구와 물옷을 빨아서 소금기를 씻어내는 아마(海女)들.

아마들에게는 일이 끝난 후에 갖는 아마고야(불턱)에서의 단란한 한 때만큼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없다. 자식들 자랑이나 남편 험담 등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마(海女)는 ‘50초의 승부’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한계 직전까지 물속에 들어가 잠수작업을 반복한다.

특히 자연의 혜택에 감사하며 물질 작업을 하는 아마들. 최근 아마는 고령화되고 후계자가 없어 아마의 전통과 문화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한다.

 

흰 물옷을 입는 일본 아마(海女)

옛날 판화그림을 보면 아마는 상반신이 나체이다. 아마가 ‘흰 이소기(물옷)’를 입게 된 것은 메이지 증엽(1900년경) 무렵으로, 한반도로 진출하게 되면서 그 지역 해녀의 풍속을 따라서 시작됐다.

그 후 1955년대부터 고무 잠수복을 입게 됐다. 또한 오리발도 사용하게 되면서 더욱 깊이 잠수하고, 또한 장시간 물질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잠수복을 입으면 전복을 너무 많이 잡게 된다는 이유로 지역에 따라서는 최근까지도 금지 됐던 곳이 있으며, 지금도 가구당 한 벌밖에 허가하고 있지 않거나, 혹은 옷 두께를 제한하는 지역도 있다.

아마들의 도구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소재는 바뀌었지만 형태나 크기는 옛날 그대로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소메가네(물안경), 아와비오코시(전복채취도구), 가기노미(소라나 성게를 채취하는 도구), 이소노미(전복을 바위에서 떼어내는 도구), 슨보(전복크기 재는 도구), 아마부네(해녀배)등이 대표적이다.

 

부부가 함께하는 물질 ‘후나도’와 ‘가치도’

시마반도 아마들의 조업 방법에는 ‘후나도’와 ‘가치도’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후나도는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부부가 배를 함께 타고 물질작업을 한다. 수심 10~15미터 정도로 깊은 곳 까지 잠수하기 위해 아마는 무거운 추를 달고 빠른 속도로 잠수, 올라올 때는 허리에 매단 이노치즈나(생명줄)를 배 위의 남편이 끌어 올린다. 예전에는 긴 장대를 이용해서 끌어올렸던 시절도 있었다. 부부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으로 남편이 어장의 위치를 정하고 배를 고정시켜 작업하기 때문에 ‘가치도’에 비해 어획량이 훨씬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아마들이 오케(나무광주리)를 부이로 사용해서 작업했기 때문에 ‘오케아마’라고도 불렸던 ‘가치도’는 자력으로 잠수하기 때문에 5~8m의 비교적 얕은 바다에서 물건을 채취한다. 보통은 해안가에서 각자가 헤엄쳐서 어장으로 향하지만 어장이 먼 지역은 함께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는 곳도 있다. 현재 일본에서 아마가 가장 많이 있는 시마반도 도바지역에서 12, 시마지역에서도 14, 총 26개 지역에서 아마가 작업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와 함께 후계자가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아마와 전복 그리고 구치아케

아마의 어획물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돈이 되는 것이 전복이다. 지금도 1킬로그램 당 5천엔 정도 하기 때문에 전복을 3개만 채취하면 만엔이 된다. 맨 몸으로 물안경과 노미(전복채취도구)만 갖고 여름 한 철 15~16일 간 잠수해서 100만엔 이상 버는 아마도 많다.

하지만 1975년경부터 시마반도의 전복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남획문제도 있었지만 바다 오염의 영향이 컸다.

현재 시마반도의 아마는 약 1천명으로 추정되며 전복 어획량은 약 50~70톤이다.

이는 가장 많이 잡힐 당시의 10분의 1이다. 최근 해삼(홍해삼)의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아마는 10~12월에도 차가운 바다에 들어간다.

아마에게는 자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구치아케’(解警)라는 제도와 함께 잠수의 일수제한, 횟수제한, 시간제한 등 다양한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특히 규격(10.6cm)에 못 미치는 작은 전복과 소라의 채취는 금지돼 있다.

 

일본의 3대를 잇는 해녀 가족 포스터를 설명하고 있는 유형숙 소장.

“한국은 해녀, 일본은 아마 이름은 달라도,
지속가능한 물질 환경, 해녀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동의대학교 한일해녀연구소 유형숙 소장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

‘한일해녀연구소’ 어떤 연구를 하는 단체인가

한일해녀연구소는 한국과 일본에 분포하는 해녀를 대상으로 다방면에 걸쳐서 학제적으로 연구를 하는 연구소이다. 저랑 친분이 있는 전공이 다른(사학 교육학 일본학 간호학 체육학 등) 몇몇몇 교수님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해녀관련 연구 및 사업들을 실시하고자 3년 전에 동의대학교 내에 연구소를 개소했다. 소장인 제 전공이 관광학이다보니 해녀를 관광자원으로 접근하는 프로젝트들이 다수이다. 예를 들면 부산지역 축제장에서 해녀문화 체험부스를 운영하는 등, 우리나라 해녀의 일반적인 정보에서부터 부산지역 해녀의 상황, 제가 찍은 해녀사진도 전시하면서 해녀문화를 홍보하고 있다.

 

‘해녀’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연구를 하는 이유는

해녀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정도 전 부터이다. ‘해녀의 복지정책과 관광자원화’라는 해양수산부(영남씨그랜트사업단)의 지역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해녀에 관해서 본격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해녀가 여성이고 부산에도 해녀가 많이 분포하고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한다는 환경 등이 제 조건이랑도 잘 맞았다.

 

한국의 해녀, 일본의 아마 공통점과 차이점은

한국해녀와 일본아마는 공통점이 많다. 산소통 없이 물속에 들어가서 맨손으로 하는 맨손어업이고, 공동으로 작업하고 1년에 60일은 조업을 해야 한다는 것 등 수산업법상의 기술도 기본적으로 같다.

물질도구(테왁 수경 빗창 호미 등)도 비슷한데 사용하기 편리하게 조금씩 모양을 달리하고 있다. 고무옷(잠수복)이 일본에서 도입되기 이전에 일본은 지역에 따라 해녀복들이 좀 달랐다.

일본아마 연구자들은 아마들의 복장으로 지역을 구분할 수 있다. 반면 한국해녀들은 출가제주해녀들에게 물질을 배워서 했기 때문에 제주해녀의 복장(물소중이 물적삼 물수건 까부리 등)이 전국의 해녀에게 영향을 미쳐서 같은 복장이다.

특히 한일 양국 해녀들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것도 공통점으로 일본은 한국보다는 조건이 좋다. 일본 정부의 총무성에서 2009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지역재생운동(地域お越し協力隊) 같은 프로그램으로 젊은 여성(아마海女)을 어촌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지역으로 유입된 젊은 아마가 그 어촌마을에 정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우리도 이 성공사례를 도입하면 좋겠다.

또한 일본 전국의 18현(懸)의 해녀를 일 년에 한번 씩 아마서밋(summit)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회의도 하고 최신의 정보도 교류하고 있다.

2015년부터 부산해녀들도 제주해녀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부산시의 해녀지원제도 중 고무옷을 구입하는 비용을 지원해준다는 이야기가 해녀서밋에서 나오자 일본의 토바시, 시마시에서도 아마의 고무옷 구입비용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이런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고, 우리 연구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아마에 비해 한국의 해녀들은 지원 혜택들이 있어서 일본 아마들이 우리 해녀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문화적 시각으로 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문화의 차이점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일본아마는 현재 바다환경을 보존하고 난획을 금하기 위해서 물질 시간을 하루에 1~2시간 정도만으로 마을별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해녀들은 지속가능한 물질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해녀 본인들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게 바다를 키우고 보존하는 노력들이 부족한 것 같다. 오전 4~5시간 정도로 365일 바다환경만 좋으면 물질을 하는 우리나라 해녀의 사고로는 해녀업을 후손들에게 남겨줄 생각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해녀와 어촌계간에는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데, 일본 아마는 어촌계와 상호 협조적이며 아마 행사 등에 남성들도 많이 참석하고 행사를 주관하기도 한다.

2017 해녀서밋 참가자들과 일본 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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