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꽃신 김용익 23주기 추모제 봉행
5월 5일 박경리 타계 10주기 추모행사 다채

김용익(1920-1995)

김용익(1920-1995)

"나는 미국과 유럽의 하늘도 보고 산길도 걸었으나 고국 하늘, 고국의 길이 늘 그리웠다. 돌과 풀 사이 쇠똥에 발이 빠졌던 고향의 그 골목길이 그리웠다. 나의 작품은 내 밑바닥에 깔린 고향에 대한 시감(詩感)이 원천이니 그것은 바로 나의 노래다. 여행의 마지막 종점은 어릴 적 뛰놀던 고향 바로 통영 그곳이네"

 

박경리(1926-2008)

"고향이란 인간사와 풍물과 산천, 삶의 모든 것의 추억이 묻혀있는 곳이다. 고향은 내 인생의 모든 자산이며 30여 년간 내 문학의 지주요, 원천이었다. 고향 통영을 떠난 세월은 생존 투쟁의 나날이었다. 충렬사 동백꽃이 50번이나 피고 지고 나서야 도착한 고향 통영, 나는 세병관 기둥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통영은 감성의 원천이다. 어떤 이를 두고 통영 DNA라는 표현을 쓴다.

펜에 닿으면 시와 소설이 되고 흙과 만나면 도자기가 탄생하고, 오선지에 닿으면 절로 음악이 되는 통영바다에 연두빛 봄이 한창이다.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에게는 초목을 스쳐가는 바람도 음악으로 들렸고, 소설가 김용익과 박경리는 물론 시조학의 아버지 김상옥과 꽃의 시인 김춘수에게도 "고향 통영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바다 소리 들리는 가고 싶은 곳이자 작품의 원천"이었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고향 통영, 윤이상 김용익 박경리가 죽도록 그리워하던 이 도시의 봄은 예술가들의 사모곡(思母曲)에 화답하는 축제로 한창이다.

지난 3월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19170-1995)의 달이었다. 생전 현대 음악의 5대 거장으로 불렸던 윤이상은 동양의 정신을 독특한 선율로 표현, 현대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생전 바람처럼 지난 3월 통영국제음악제가 세계음악가들을 통영으로 초대했고, 윤이상은 그토록 원하던 고향 통영으로 영원히 돌아와 영면, 통영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4월은 세계가 극찬한 영어 단편 소설 '꽃신'의 작가 김용익(1920-1995)의 달이다. 윤이상이 이국만리 독일에서 애타게 고향을 그리워했다면, 김용익은 고국 하늘, 쇠똥에 빠졌던 그 골목길마저 그리웠다고 미국에서 술회했다.

영어로 한국인 특유의 감수성을 표현, '마술의 펜'이란 칭호를 얻은 김용익은 1956년 단편 '꽃신'(The Wedding shoes)을 미국에서 발표, 영어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편 소설을 쓰는 작가로 손꼽혔다.

또 해녀, 행복의 계절, 푸른씨앗 등 발표한 작품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주목을 받아 세계 각국의 교과서와 문단의 특별한 사랑을 받아 노벨문학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민간문화서포터스인 통영예술의 향기(회장 박우권)는 김용익 타계 23기를 맞아 지난 11일 오전 11시 통영시 용남면 오촌 묘소에서 추모제를 봉행했다.

한산신문이 후원하는 이날 추모제는 1994년 충무시문화상을 수상한 당시의 육성 음성과 젊은이들에 대한 메시지 청취, 조촐한 헌다와 헌화, 그리고 선생의 어록을 윤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5월에는 한국문단의 어머니 박경리 소설가를 떠난 보낸 슬픔을 딛고 이제 그를 추억하기 시작한 지 벌써 10주년이다.

2008년 5월 5일 어린이날 여든 두 살의 나이로 영원한 삶의 터전인 고향으로 돌아온 박경리 선생 서거 10주기를 맞아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각종 추모 행사를 펼친다.

통영문인협회(회장 양미경) 주관으로 5월 5일 오전 11시10분 산양읍 박경리기념관 동상 옆에 선생의 시 ‘삶’ 시비 제막식이 열린다.

또 독후감 공모는 물론 박경리공원에서는 통영고성거제 청소년 백일장이 열리고, 선생의 묘소에서 추모식이 개최된다.

이날 오후 2시에는 토지와 대중화라는 주제로 박경리 심포지엄이 박경리기념관에서 열린다.

평론가 이덕화 평택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박상면 경남대 교수가 ‘토지의 동학 담론과 대중적 향유 전략’, 박진임 평택대 교수의 ‘박경리의 세모습 시장과 전장의 인물 분석’ 주제 발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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