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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황금파도 회장> -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기사승인 2018.04.13  11: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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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끝도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 곡은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이다. 클래식이 뭔지도 모르는 섬 소년에게 처음으로 각인된 클래식 곡이다. 정식 음악 선생님이 없어 미술과 상치교사(중·고등학교에서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음악을 가르치며 듣게 된 뜻밖에 행운의 곡이다.

1960년 대 후반 섬 마을 중학교에는 음악 선생님이 없었다. 발령을 받으면 그 다음날 사표를 내니 궁여지책으로 섬 마을에 마음을 붙이고 살고 있는 선생님들 중에서 음악 수업을 맡을 사람을 찾아야 했다.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해야 했던 시절에 미술 선생님은 야외 전축을 들고 와서는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수업의 전부였다. 많은 고전 음악가가 등장 했지만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으로 마음을 빼앗긴 드보르작 '신세계로부터'와 베토벤의 영웅, 운명, 전원, 합창만 기억된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나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곡이다. 그 후로 내가 즐겨 들었던 음악은 남진, 나훈아의 유행가다.

의식의 저 밑바닥에 저장된 기억이 다시 되살아 난 건 2018년 통영국제음악제의 폐막 공연이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하는 통영국제음악제 폐막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선정된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는 나의 기억을 고향 마을 중학교 교실로 이끌었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50년 전에 처음으로 들었던 고전 음악이 2018년 통영국제음악제의 폐막 공연의 엔딩 곡으로 다가오다니! 이 무슨 인연인가? 

음악을 들으며 유쾌한 상념에 젖었다.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던 소년이 들었던 드보르작 '신세계로부터' 2악장의 꿈속의 고향이 실타래가 되어 통영국제음악제란 인연으로 이어지고, 2018년 4월 8일 한 중년 사나이의 가슴을 저미는 음악으로 다가오다니!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삶이 얼마나 무거운가! 내가 경험하는 일상의 몸짓 하나하나가 허투루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전율을 느낀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의 음악을 듣다보면 보름달이 뜬 고향 마을의 모습이 보고 싶어 한밤중에 마을 뒷산을 올랐던 기억도 난다. 거울 같던 바다에 부서지는 달빛이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 꿈속에 그리는 나의 고향 모습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나고 박수 소리가 이어지며 관객들은 앵콜을 기대했다. 하지만 나는 제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더 이상 어떤 음악도 들려주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신세계로부터'가 뿜어낸 음악의 향기를 가슴에 품고 2018년 통영국제음악제를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는 내 마음을 꿰뚫었다.

공연이 끝난 순간 바다가 보이고 파도 소리 들리는 통영국제음악당 뒤뜰에 누워계신 윤이상 선생님을 떠올렸다. 고향을 떠난 지 49년. 독일에 육신을 눕히신 지 23년 만에 귀향하여 잠드신 위대한 음악가.

드보르작 '신세계로부터' 2악장의 꿈속의 고향이란 음악을 들으며 선생님은 어떤 상념에 잠기셨을까?

'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 이렇게 험하고 멀었구나!' 하며 작은 탄식이라도 지으셨을까? 아니면 '꿈속에 그리던 고향에 잠드니 참으로 편하구나!'하고 안도의 긴 숨을 내뱉으셨을까?

"박근혜를 석방하라! 윤이상은 ××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황당한 이런 소리들은 귀 밖으로 흘리시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음악당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선율에 영혼을 맡기시고, 꿈속에 그리던 그리운 고향이 현실이 된 통영의 푸른 바다와 파도 소리를 베개 삼아 영원토록 단잠을 이루셨으면 좋겠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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