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정동의 작은 책방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박정하 대표
작가 초청강연, 동화낭독, 심야책방 등 다양한 행사 마련

명정동의 골목을 걸어가다 보면 담벼락에 책들이 배치돼 있는 한옥건물이 나온다.

이곳은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서 하동댁의 배경으로 나온 곳이다. 게스트하우스 ‘잊음’과 책방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책방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 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책방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의 책방지기이자 북텐더(booktender)인 박정하(28)씨를 만났다. 부산이 고향인 박정하씨는 통영에 있는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통영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부산에서 4년 동안이나 몸담아 일했던 어린이 전문서점 ‘책과 아이들’을 그만두고 통영에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통영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책방을 생각하게 됐다. 때마침 게스트하우스 ‘잊음’을 운영하던 매니저가 제안을 해줬고, 게스트하우스 안에 책방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열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라는 책방 이름이 가진 의미에 대한 물음에 박정하씨는 “책은 하나의 이야기다. 사람도 각자 자기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책과 만나고, 그것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방 이름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박정하씨와 남자친구는 ‘북텐더(booktender)’라는 새로운 명칭을 만들었다. 바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직업인 ‘바텐더’처럼 책을 사이에 두고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만드는 책방지기가 되고자 ‘북텐더’라는 명칭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책방 벽면을 가득 메운 책들은 책방지기의 취향과 손길로 질서정연하게 꽂혀있다. 책방지기가 읽어보고 괜찮았던 책, 읽고 싶은 책, 선물하고 싶은 책, 소개하고 싶은 책들로 선정돼 있으며, 손님들이 추천하거나 구매를 요청하면 대신 구매를 해주기도 한다.

현재 책방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작가를 초청한 강연과, 아이들을 위한 동화낭독, 심야책방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동화낭독 프로그램은 박정하씨가 어린이 전문서점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과 부모들에게 동화를 소개하고 낭독하며, 동화 작가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는 뜻 깊은 시간이다.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에 1시간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심야책방은 게스트하우스 손님이 없을 때를 이용하며, 이때는 오후 2시부터 12시까지 운영한다. 평소 오후 6시에 책방 문을 닫아서 일반적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행사 일정은 책방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잊음’의 블로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박정하씨는 지난달 25일 윤이상의 유해가 통영에 들어온 것과 관련, 통영인들에게 ‘윤이상, 상처입은 용’이라는 책을 소개하고 추천했다. 윤이상 탄생 100주년 맞아 출판 된 이 책은 ‘생의 한가운데’로 잘 알려진 루이제 린저와 윤이상의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윤이상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독일에서의 삶까지를 담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에 책방 문을 열고 지금 3개월째다. 한 손님께서 이곳을 둘러보곤 ‘가장 책방다운 책방’이라고 말씀 해주셨을 때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지고 자기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통영에 계신 분들이 자주 찾아와서 차도 마시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살롱 같은 느낌의 책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하대표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