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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선생 유해가 곧 고향 통영으로 돌아온다.

죽어서라도 소원하던 윤이상 선생의 귀향(歸鄕)이 마침내 49년 만에 이뤄지는 역사적 순간이 시작됐다.

통영국제음악재단과 통영시에 따르면 선생 유해는 오는 23일 오전 11시 독일 베를린 현지 묘지에서 이장 행사를 한 다음 고향으로 모셔질 전망이다.

행사에는 지난 18일 베를린으로 출국한 선생의 딸 윤정 씨와 통영국제음악당 관계자, 주독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유해는 사람이 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이장 일정에 따라 특정일에 비행기로 조용히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 유해가 한국으로 돌아오는데는 유족과 함께 게르하르트 슈뢰드 전 독일총리도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께 통영으로 돌아온 유해는 '2018 통영국제음악제'가 개막하는 3월 30일 이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장은 생전 선생 의지에 따른 것이다. '초목을 스치는 바람도, 고향의 파도소리도…음악 원천의 모든 것이 통영이었다'고 밝힌 선생은 세계적 음악가였지만 친북 논란으로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이방인의 삶을 살았다.

1995년 독일에서 타계한 선생은 베를린 시내 유공자 묘지인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안장 당시 유족은 '이장을 하지 않겠다'고 서명했지만 법에 따른 묘지 관리 기간 20년이 지나면서 이장 문제가 급진전했다.

지난해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선생의 묘소에 동백나무를 심으며 관심이 촉발됐고, 통영시는 유족 뜻을 받아 지난해 12월 이장을 호소하는 공문과 이수자 여사의 편지를 베를린시에 보냈다.

이 여사는 "내 나이가 구순이다. 생전에 고향인 통영 땅에 묻히고 싶어했던 남편과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눈물겨운 내용의 편지를 썼다.

결국 이 공문과 편지에 베를린시가 응답하면서 돌아가신 지 23년 만에 귀향할 수 있게 됐다.

김동진 시장은 "선생 묘소는 통영국제음악당 메인콘서트홀 앞 한산도 앞 바다가 보이는 언덕으로 정해졌다. 현재 전망 테크로 활용되고 있는 이곳을 묘소로 정비한다” 며 “선생의 유해를 모셔오고자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주제를 '귀향'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용민 예술기획부장은 "이렇게 일찍 베를린시가 답을 하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 이장식은 3월 30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식이 열리는 날이다"고 말했다.

또 이장식에는 유해 이송에 동행한 한국의 독일 사위 게르하르트 슈뢰드 전 독일총리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참석도 조용히 타진되고 있다.

또 이장 후 윤이상 선생의 묘소는 디자인 공모 후에 조촐한 공원 형식으로 꾸며져 음악당을 찾는 누구나 다 참배할 수 있게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윤이상 선생은 1967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확대·과장되고 불법 연행과 고문 등으로 결론난 동백림 사건 당사자라는 이유로 입국금지된 다음 살아생전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이후 뉴욕 브루클린 음악원 선정 '유사 이래 최고의 음악가 44인'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