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에 의한 식중독은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종종 자연독(毒)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자연독에는 잘 알려진 마비성패류독소, 복어독 등과 함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둥이 가지고 있는 테트라민이라는 독이 있다. 이번 호에는 횟집이나 음식점에서 자주 제공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고둥 속에 숨어있는 테트라민이라는 고둥독에 대해 알아보자.   

테트라민(tetramine, [(CH3)4N+])은 육식성 고둥의 침샘에 함유된 독으로 4급 아민의 일종이다. 사람의 중독량은 수십 mg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연안에서 채취되는 고둥류의 침샘에는 함량이 높은 경우에는 고둥 1g 당 수십 mg의 테트라민이 함유되어 있다. 이는 침샘이 제거되지 않은 고둥 한두마리만 섭취하여도 테트라민에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둥에서 테트라민의 함량은 개체 및 어획지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반드시 적용될 수 있는 중독량은 아니다.

테트라민 중독은 고둥을 섭취하고 보통 30분~2시간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중독증상은 메스꺼움, 복통, 두통, 어지럼증, 뱃멀미감, 눈알이 아프거나 물체가 둘로 보이는 등의 시각이상,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마비되는 느낌, 전신 근육통 등이며, 이러한 증상 중 몇 가지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증상은 가볍고 발병 후 2~3시간 정도 지나면 회복되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연안의 고둥류 중 테트라민을 가지고 있는 종은 갈색띠매물고둥, 조각매물고둥, 관절매물고둥, 명주매물고둥 등의 육식성 고둥이다.

그러나,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초식성 패류인 소라는 테트라민을 가지고 있지 않다.

테트라민은 이들 육식성 고둥의 침샘에 주로 함유되어 있는데, 침샘은 일명 골 또는 비지라고 불린다. 수산시장에서 고둥을 구입할 때, 상인들이 '골을 빼고 먹어야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침샘(골)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보통 일반인들은 침샘을 제거하고 고둥을 먹어야 한다고 하면, 내장부위만 잘라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침샘이 내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침샘은 내장이 아닌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고둥의 육(근육) 속에 존재한다.

고둥의 종류나 크기에 따라 침샘의 색깔이나 크기가 다르지만, 주로 흰색이나 옅은 노란색의 콩같이 생긴 것이 2개 1쌍으로 육 속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은 얼핏 보아서는 잘 보이지 않으며, 코끼리 코처럼 생긴 족 부분을 빼고 칼로 쪼개면 안쪽에 나란히 2개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테트라민에 의한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우선 판매자나 소비자가 테트라민을 가지고 있는 고둥이 어떤 종류인지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육 속에 존재하는 침샘의 위치나 제거하는 방법 등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실, 일반 소비자들은 침샘이 있기 때문에 빼고 먹어야한다는 설명을 하여도 무엇이 침샘인지알기 어렵다.
그러므로 고둥을 시장에서 판매할 때나 음식점에서 제공할 때, 다소 번거롭더라도 판매자가 침샘의 위치와 제거법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 될 것이다.

간혹 수산물에 의한 식중독이기 때문에 삶아서 먹으면 없어지지 않느냐는 문의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테트라민은 열에 안정한 물질이므로 삶아 익혀도 없어지지 않는다. 또한, 침샘을 제거하지 않고 끓였을 때는 침샘에 있던 테트라민이 육과 국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하여야 한다. 실제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결과, 끓였을 때나 얼렸다가 녹이는 과정을 반복하였을 때 침샘에 있던 테트라민이 점차 육과 국물로 빠져나오는 것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와 더불어 수산물을 많이 섭취하는 일본에서는 반복되는 테트라민 중독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해안가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침샘제거법'을 홍보한 결과, 처리를 잘못하여 테트라민에 중독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반면에 내륙지방에서는 중독사고가 증가했는데, 이유는 판매자들이나 소비자들 모두 고둥에 독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는 점과 침샘제거법에 대한 홍보 부족 및 조리 시 부주의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고둥류를 섭취할 때 침샘을 제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좋은 예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같은 침샘제거법을 참고하여 수산 또는 식품관련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포스터 및 유인물 등을 이용하여 홍보하고, 판매현장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주어 고둥에 의한 식중독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점차 증가하는 수산물의 소비와 더불어 다양화되고 있는 위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홍보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가정<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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