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쥐치 간에서 발견된 아니사키스

학창시절 해양 과학 체험 수업에 참가해 물고기 해부를 배운 적이 있다. 해부 대상 물고기는 장어구이와 아나고회로 친숙한 장어였다. 그러나 실습 수업의 목적은 이 친숙한 물고기의 단순 해부가 아닌 기생충을 찾는 것이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장어에 기생충이 있다고?' 호기심으로 가득한 마음으로 해부를 하자 내장이 드러났고, 또르르 말려있는 무색투명한 실오라기 같은 물질들이 보였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던 기생충 '아니사키스'였고, 내 생에 처음으로 본 물고기 기생충이었다.

그저 신기하기만 하던 그 기생충은 그 후 일명 '고래회충'으로 불리며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하곤 했는데, 생선회를 먹으면 고래회충에 감염이 되고 감염이 되면 위벽을 뚫어 심한 복통을 일으킨다는 무서운 기생충으로 보도가 되고 있었다. 언론의 여파로 그런 기사가 보도된 후에는 한동안 횟집의 손님이 뚝 끊기는 사태가 초래되곤 했다.

그러나 정말 생선회를 먹으면 이렇게 무서운 기생충에 감염이 되고 위벽이 뚫리는 것일까? 아니사키스에 오염된 생선회를 잘 못 먹게 되면 감염이 될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벽이 뚫리는 것이 아니라 기생충이 위에서 분비되는 강한 위산을 피해 위벽에 살짝 머리를 박음으로 인해 복통이 생기는 것이다. 죄 없는 기생충을 두려워하여 생선회를 기피할 것이 아니라, 아니사키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니사키스는 자연산 어류에 때로 감염이 되어있다. 감염이라 하기보다 자연산 어류에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맡는 표현인 것 같다.

"자연산 회는 무조건 깨끗하고 좋은 것 아냐? 그런데 기생충이라니, 말도 안 돼"라고 놀라는 독자가 많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식산 보다는 자연산을 예찬하며 비싼 돈을 지불하고도 자연산을 사먹는데, 기생충이 있다니 배신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사람에게도 회충이 있듯이 아니사키스는 바다 포유류인 고래의 회충일 뿐이고 고래의 변을 통해 바다로 나온 회충의 알은 부화하여 유충(알에서 나온 후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이 되었다가 크릴새우 등 작은 갑각류에게 잡아먹힌다. 유충을 먹은 크릴새우가 붕장어, 고등어, 청어, 오징어, 전갱이 등 수많은 해산 어류의 먹이가 되고, 이러한 해산 어류를 고래가 잡아먹으면 이 유충은 진정한 고향인 고래에 도착하여 고래 안에서 성충이 되는 것으로 생활사를 완성하게 되므로 '고래회충'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아니사키스의 생활사에 의해 자연산 어류에 아니사키스가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양식산 어류는 사료를 인위적으로 공급받으므로 먹이를 통해 아니사키스에 감염이 될 확률이 거의 낮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면 물고기에 아니사키스가 있는 경우 자연산이라는 증거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자연산의 증거인 아니사키스로부터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회를 즐길 수가 있는 것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가 항상 외치는 신선한 회를 먹으면 되는 것이다.

아니사키스 유충은 어류의 내장에 있다. 그러나 물고기가 죽으면, 이 유충이 살 곳을 잃어 방황하다가 물고기의 근육(우리가 회로 먹는 부위, 가식부)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죽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물고기의 근육에는 아니사키스 유충이 이사를 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갓 잡은 신선한 물고기의 내장을 깨끗이 제거하고 위생적으로 손질하여 회를 섭취할 경우에는 아니사키스에 감염될 확률이 거의 없다.

거의 평생 동안 회를 먹은 대부분의 사람이 단 한 번도 아니사키스에 감염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60도 이상에서 익히거나 7일 이상 냉동에 의해서도 유충이 죽으므로 감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선하지 않은 물고기를 날로 섭취하거나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칼이나 도마를 통해 아니사키스에 오염된 회를 먹을 경우 일부의 사람이 아니사키스에 감염이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아니사키스에 감염이 되면 어떻게 치료해야할까? 바로 위내시경을 통해 핀셋으로 제거하면 된다. 배가 아파도 꾹 참으며 병원을 안 갔다고 하더라도 인체에서 일주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죽기는 한다.

하지만, 생선회를 먹고 수 시간 이내에 갑자기 배가 아플 경우에는 아니사키스일 가능성이 있으니 병원을 찾아 위내시경을 받아보길 권장한다. 덜 익은 육류 섭취를 통해 인체에 감염되어 심할 경우 뇌손상까지 일으키는 '유구조충' 등의 무시무시한 다른 기생충에 비하면 생선회를 통한 아니사키스 감염은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될 수 있으므로 위험도가 낮은 기생충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일부 언론의 편파적이고 과장된 보도에 놀라 생선회를 통해서만 즐길 수 있는 그 맛과 향과 식감을 포기 할 것인가?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정확한 지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수산물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송준영<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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