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8명 발의한 행정사무조사 안건, 3명 이탈해 본회의 부결

“시의회에서 한편의 코미디 잘 보고 간다. 주말 동안 의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일 열린 제180회 통영시의회 정례회 3차 본회의, 점심시간을 넘겨서까지 자리를 지키며 방청한 어느 시민의 소감이다.

이날 통영시의회는 시 집행부 견제 역할을 상실하고 위상 추락을 자초하여, 방청한 시민들이 허탈한 쓴웃음을 지었다.

특혜 및 불공정 협약 문제가 제기된 스카이라인 루지와 스탠포드호텔 추진 과정 행정사무조사 안건을 의원 8명(강혜원 의원 대표발의) 발의해 가결이 예상됐으나, 정작 본회의에서는 찬성 5, 반대 7, 무효 1로 뒤집히며 부결됐기 때문이다.

외자유치 과정 특별조사 안건 상정에 지난 16일까지 통영시의원 13명 중 8명이 참여하며 시 집행부를 견제하는 모습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주말이 지나는 동안 3명이 이탈해 본회의장에서 반대 또는 무효표를 던지고 결국 시 집행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서 지난 12일 행정사무감사에서 강혜원 의원은 “루지와 스탠포드호텔 특혜의혹 있다”며 불공정 협약과 절차상 문제를 집중 추궁하고, 시의회 차원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강 의원은 △협약서에 부지 임대료가 ‘티켓 매출의 최대 4%’로 명시되어 실제로는 4% 이하가 될 수 있다는 점 △협약서상 루지사업장 부지 임대료가 1년간 면제 △미륵도 관광지에 바퀴달린 놀이기구 시설을 못하도록 한 것 △케이블카 파크랜드사업이 루지 부대시설처럼 운영되는 부분 등 루지사업자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스탠포드호텔도 마찬가지로, 협약서상에 스탠포드그룹의 미륵도관광특구 내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혜원 의원은 통영시 외자유치사업 행정사무조사 및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위해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강 의원 본인 포함 8명 의원이 행정사무조사 안건을 지난 16일자로 발의했다.

참여한 의원 8명은 강혜원, 강근식, 강정관, 구상식, 김만옥, 김미옥, 김이순, 배윤주 의원이다.

주말이 지나 나흘 뒤 20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강혜원 의원은 “행정사무감사로는 사실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 외자유치사업의 업무 추진 실태를 파악해 행정의 잘못된 부분을 시정해야 한다. 조사대상은 통영시이며, 대상사무는 외자유치 관련 전반”이라며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안건은 저를 포함 8명 의원이 발의하고, 8명이 위원회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라며 안건 통과를 호소했다.

유정철 의장이 이의 유무를 의원들에게 묻자 문성덕 의원이 “이의 있습니다”라며 손을 들었다.

문 의원은 “행감에서 내린 시정조치 이행을 지켜보자. 그리고 산업건설위원회 소관의 일인데도 상임위 논의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것은 절차적 요건이 부족하다”며 조사특위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황수배 산업건설위원장도 “산업건설위 행정사무감사에서 내린 시정요구 건에 대해 이행절차를 지켜본 뒤에 (특조위를) 재론해도 늦지 않다”고 거들었다.

이에 강혜원 의원은 “우리 임기가 1년이 채 안 남았으며, 시정조치 답변까지 나오려면 시간이 없다. 그리고 집행부에서 의회에 보고한 내용과 실시협약서 내용이 다른 부분 많고, 협약서에 의장 서명이 없다”며 추진과정이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획총무위원장 배윤주 의원도 “6대 의회에서 일어난 일을 지금 7대에서 다루고 있는 모습이 됐는데, 추진과정에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는 것 문제다. 그리고 지금 많은 시민들이 바라보고 계시는 일이다”라며 찬성 의결에 힘을 실었다.

결국 외자유치 행정사무조사 안건은 표결로 넘어갔다.

시의회 본회의에서 행정 관련 안건의 의결은 기립 또는 거수로 표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20여분간 정회한 뒤 무기명 투표로 의결하게 됐다.

모 시의원에 따르면 본회의 중단하고 의장실에서 표결방식으로 논쟁한 뒤 기립 표결에 5명이, 무기명 투표에 8명이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는 20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행정사무조사 안건 발의 8명 의원 중 3명이 진즉에 이탈한 상태로 “이미 끝난 게임”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날 본회의를 방청한 시민 모씨는 “지금 해외 출장 중인 김동진 시장이 결과를 전해듣고 무슨 생각을 할지 무슨 표정을 지을지도 궁금하다”며 “언론 보도를 보면 시의원들이 집행부가 의회를 무시한다느니 불평하던데, 오늘 모습을 보면 결국 자초한 일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강혜원 의원 등 8명이 루지 및 스탠포드호텔 추진 과정 행정사무조사 안건을 발의했다.

 

처음부터 행정사무조사 및 특조위에 반대한 문성덕 의원
황수배 의원 '시정조치 이행 지켜보자'

 

강혜원 의원 '기다릴 시간이 없다' 안건 찬성 호소
배윤주 의원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결국 표결
찬성8 대 반대 5에서, 찬성 5 대 반대 7(무효1)로 뒤집히다

 

루지 및 스탠포드호텔 행정사무조사 안건 부결 선포
해외출장 중인 김동진 시장의 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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