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은 연체동물의 부족강(斧足綱), 굴과에 속하며, 현재 세계적으로 3속 100여 종 이상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굴 종류는 참굴(Crassostrea gigas), 강굴(C. rivularis), 바윗굴(C. nippona), 털굴(C. echinata), 그리고 벗굴(Osrea denselamellosa)의 5종으로 참굴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산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종이다.

우리나라 주요 굴 생산지역은 경남으로 전체 굴 생산량의 87%인 25만톤이 생산되고 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큰 놈은 지름이 한 자 남짓 되고, 두 쪽을 합치면 조개와 같이 된다. 몸은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 구름조각 같으며, 그 껍질은 종이를 여러 겹 바른 듯이 두껍다.

바깥쪽은 매우 거칠고, 안쪽은 매끄러우며, 그 빛깔은 눈처럼 희다. 껍질의 한 쪽은 돌에 붙어있고, 다른 한 쪽은 위를 향하나, 진흙탕 속에 있는 놈은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다닌다. 맛은 달콤하며, 그 껍질은 잘 닦아서 바둑알을 만든다"고 기술했다.

뭔가를 눈 깜박할 사이에 먹어치우거나, 어떤 일을 순식간에 해치울 때 "남양 원님 굴회 마시듯 한다"는 속담을 쓴다.

남양(南陽)은 경기도 화성군에 있는 염전지대로 서해 바다와 접해 있어 예로부터 석화(石化)라고 불리는 자연산 굴이 많이 생산됐다.

너무 맛이 좋아 부임해 오는 원님들마다 고을의 특산물인 자연산 석화를 씹지도 않고 훌훌 들이 마셨다고 한다.

해산물에 대한 기호도는 민족이나 나라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전 세계인이 모두 다 즐겨 먹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이 바로 굴이다.

영국의 성직자 토마스 플러가 "사람이 날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육류가 굴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유럽에서 유일하게 날로 먹는 해산물이 굴이었던 것 같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생굴이 바로 '사랑의 묘약(妙藥)'이라고 믿었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옛날에는 사물을 비슷한 모양의 인체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생굴이 정자를 생성하는 고환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성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믿었다.

이러한 이유로 굴은 로마시대부터 양식되어 왔으며,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매일 저녁식사 때 생굴을 50개씩 먹었다고 한다.

생굴 100g에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아연이 13㎎ 함유돼 있다.

아연의 성인 일일 권장 섭취량은 10㎎ 정도이므로 그야말로 굴은 아연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아연은 우리 몸에서 면역력 향상, 성장, DNA 생산, 상처 회복, 효소 활성, 감각 등에 관여하는 중요한 미량원소로서, 건강한 피부 유지와 상처 치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연이 결핍되면 피부와 눈에 염증이 쉽게 생기며,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또한 전신의 피부가 거칠어지며, 홍반이나 수포 모양의 발진이 얼굴, 팔다리, 관절, 항문, 입 주위에 나타나고, 미각 이상, 야맹증, 각막 혼탁, 활동 저하, 행동 지연, 우울감 등이 나타나는데, 활동 저하, 행동 지연, 우울감이 더 진행되면 우울증, 조현병(정신분열병)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식욕 저하, 체중 감소, 탈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굴은 계절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산란기를 제외하고는 생굴 100g당 6~7g의 글리코겐을 함유하고 있다.

글리코겐은 심장의 혈액순환을 증진시키며, 간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췌장의 기능을 촉진시키는 등 장기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한다.

당질이나 탄수화물에 의해 생성되는 글리코겐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췌장에 부담을 주어 당뇨병에 걸리기도 하나, 굴의 글리코겐은 췌장에 주는 부담이 적으며, 체내의 글리코겐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또한 굴은 타우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생굴 100g당 타우린 함량은 400~1,000㎎이다.

타우린은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며, 부정맥이나 혈압을 정상화시킬 뿐만 아니라 피로회복, 시력회복 등에 효과가 있다.

굴은 셀레늄(Se)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생굴 1g당 셀레늄 함량은 0.44㎍으로써 어류(0.22㎍/g)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의 축산물(0.04~0.10㎍/g)에 비해 월등히 높다.

셀레늄은 심장병과 신체조직의 노화와 변성을 막거나 늦추는데 도움을 주며, 해독작용과 면역기능을 증진시키고, 자외선, X선, 방사선의 피해를 감소시켜 암, 간질환, 신장병, 관절염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작용한다. 또한 셀레늄은 지방의 과산화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특히 비타민 E와 함께 심장의 기능을 강화시켜 협심증, 부정맥, 심근경색, 허혈성 심장병 등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굴은 '먹는 화장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피부 미용에도 좋다.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피부가 하얗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굴은 멜라닌 색소를 파괴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혈색을 좋게 한다.

굴에 함유된 비타민 B 는 피부염을 예방하고, 구리와 비타민 C는 피부의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망처럼 잘 결합되어 건강하고 탄탄한 피부를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굴은 단백질은 풍부한 반면 지방 함유량이 적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좋으며, 우유보다 무려 2백배나 많은 요오드 성분이 들어 있어 모발을 탄력 있고 윤기 나게 해준다.

굴을 먹기만 해도 피부가 예뻐지고 건강한 모발을 갖게 된다니 남성만큼이나 여성들도 열광할만한 식품이라 할 수 있다.

박 미 선<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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