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영경 팔순전, 내달 8∼13일 갤러리 미술세계…디지털 회화 최첨병·대중화 25년

 

"컴퓨터에 의해 창조되는 디지털 아트는, 인간의 감성과 멈출 수 없는 과학의 진보가 이루어낸 미학의 신개념이다"<디지털 회화 선구자 탁영경 화백 작업노트 중>

21세기 급변하는 디지털시대, 예술계에서도 자연주의적 원칙 안에서 3차원 이후의 미래상을 창출하는 디지털 아트가 새로운 국제미술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신(新)예술의 흐름 한가운데 조형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디지털 회화의 선구자' 통영출신 탁영경 화백의 활동은 단연 독보적이다.

내달 8∼13일 서울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탁영경 팔순전'으로 한국 최초의 디지털 입체 그림전을 기획, 미술계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디지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 지 벌써 25년. 한때 미술계의 이단으로 불리던 그 새로운 매체에 대한 호기심과 적응력에 대중은 새삼 놀란다.

이젠 대학에서 어엿하게 '디지털 아트학과'로 예술이자 학문의 한 영역으로 자리까지 잡았다.
탁 화백의 디지털 페인팅은 실제의 물감과 캔버스 그리고 재료 따위의 아날로그 방식의 그림 그리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그는 모니터와 키보드와 펜마우스만으로 그림을 그린다. 모든 표현 방식은 코렐paint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다채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 디지털 페인팅의 모사 기술과 응용력은 날로 진화를 거듭, 단지 전통적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의 작업만 하더라도 물감이라는 질료가 붓이라는 도구를 통해 캔버스에 얹히는 미세한 질감까지도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물감의 혼색에서 얻어지는 미묘한 색조의 변화조차도 구분하기 어렵다.

이제는 대한민국 최초로 색깔의 중첩과 붓의 터치가 생생히 살아있는 입체 디지털 회화의 영역까지 개척, 그림의 대중화에 한 발 더 성큼 다가서고 있다.

적어도 디지털 페인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우리가 상상하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복잡하고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그러기에 디지털 페인팅이라는 새로운 회화장르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추상적인 언어로 작업한다. 더구나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추구한다.

이러한 시각 및 접근방식은 디지털 페인팅에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조형세계가 존재한다는 확신에 기인한다.

그의 작품에는 기존의 추상회화와는 또 다른 질감과 그 질감을 만들어내는 공간적인 이미지가 존재한다.

10년 전 고희전까지 선보인 그의 작업이 가지고 있는 첫인상은 마블링. 물감과 기름을 섞어 종이를 찍어냈을 때의 그 우연적이고 유연한 색채의 흐름 및 리듬이 연상됐다.

물론 모든 이미지는 계획되고 통제되는 상황에서 의도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 픽셀이 이합집산하면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채색이 덧붙여지며, 음영이나 채도 명도 등 미묘한 표현이 복합적으로 전개된다.

현란한 색채와 선의 리듬으로 무장한 비물질 세계가 작가의 노력에 의해 이제는 한 단계 더 발전, 점과 선, 면의 절묘한 조화와 중첩의 기법으로 입체화를 이뤘다.

절의 단청, 기와집, 전통 장롱의 3층장, 탑…

모든 것이 중첩되는 한국의 미와 첩첩히 싸여있는 우리네 인생을 담은 색의 중첩과 색깔의 화려한 변신으로 새로운 작업세계를 이번에 선보인다.

이른바 'WORK' 시리즈. 다양한 삶의 양식과 쌓여가는 인생, 그리고 훨훨 날아다니는 숭고한 나비의 인생을 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팔순전에 오롯이 담겨 있다.

회화의 입체화는 물론 타일에 디지털 회화를 접목하는 새로운 풍경 작품도 선보인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탁영경, 한마디로 디지털 회화의 선구자이죠. 그의 그림은 확실히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이는 오직 디지털페인팅이라는 영역에서 가능한 일이다"고 그의 미술적 행보를 평한다.

탁영경 화백은 "디지털 아트라는 새 장르를 개척, 외로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세계 신 예술의 흐름 속에 한국에서 대학의 한 학과로 자리 잡을 만큼 대중화돼 기쁘다. 이제 평면적, 판화적 요소에서 입체화로 한층 더 발전, 디지털 회화의 보편화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고 말한다.
또 "그림은 더 이상 소장 가치보다는 감상의 가치, 공유의 가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회화의 입체화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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