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 유자망 어선과 추도 통발배 '어업분쟁 직전', 업종간 조율로 어족자원 관리 필요

▲ 추도 미조마을 공동 물메기 건조장.

"최근 시중에 물메기가 많이 나온다카는데, 추도는 사정이 좀 다르요. 오히려 추도에서 메기를 많이 못 잡는데 한번 와서 보소"

지난 2일 아침 열린 통영수협 초매식 자리에서 추도 윤성구 어촌계장이 기자에게 "추도가 지금 어렵다"며 하소연이다.

한겨울 제철음식 물메기탕 수요는 물론 곧 설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 마른메기 수요도 늘고 있어, 추도 어민들과 주민들의 '제철'이어야 할 시기이나 실상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4일 오후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한려카페리호를 타고 추도 한목항(대항마을)에 내리자, 마을 곳곳에 빨래처럼 가득 널려 있어야 할 물메기가 바닷가 단 한곳의 건조장에만 걸려 있어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나마 한목항 한곳 건조장에도 물메기가 가득 차 있는 게 아니라 건조대 반은 비어 있다.

어구 수리를 하다 달려나왔다는 윤성구 어촌계장은 물메기 손질 작업장이나 건조장이 아니라 방파제 한쪽으로 기자를 이끌고 간다.

윤 어촌계장이 가리키는 곳에는 망가진 대나무통발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게 다 못쓰게 된 물메기 통발인데, 타지역에서 넘어와서 우리 추도 인근에서 조업하는 유자망 그물 때문에 이리 된 거다" 윤 어촌계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방파제에 쌓인 파손된 물메기 대나무통발.


대나무 통발이 망가진 채 나뒹구는 것은 심상찮은 일이다. 추도 사람들의 생계가 대나무 통발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탓이다.

추도 마른메기가 유명하고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에 대해 정일근 시인은 "말린 메기는 오직 추도메기만 상등품으로 친다. 그 이유는 추도는 물이 좋기 때문이다. 둘째는 추도 아낙들의 손길정성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추도 마른메기'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전통방식으로 대나무 통발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유자망이나 플라스틱 통발이 아닌 대나무통발을 이용해 고기가 손상되지 않고 어획되며, 추도 특유의 깨끗한 민물로 물메기를 세척하고 손질하는 덕분에 고품질의 추도 마른메기는 통영의 명품 특산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다에 깔아둔 대나무 통발이 수난을 당하고 추도 연안통발 배들의 어획량이 평년 절반 이하로 줄어들며, '통영명품 추도 마른메기'가 위기를 맞고 있다.

윤성구 어촌계장은 "20톤급 대형 유자망 배들이 추도를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남해군, 삼천포 등 타지역 배들인데 특히 남해에서 온 배들이 많다. 통발에 들어올 메기가 길목에서 다 차단당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 통발 깔린 어장에도 막 그물을 치는 탓에 이렇게 통발이 망가져서 나오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윤 어촌계장은 "추도 연안통발배는 5톤 이하로 작은데다 10척도 안 되는데, 추도 인근에 나오는 외지 유자망 배들은 큰데다가 숫자도 두배 세배로 많다"며 "그나마 통발은 메기 알이 붙어있다가 바다에 퍼지고 하는데, 외지 유자망 배들은 알이고 뭐고 가차없다.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는 더 걱정이다"라며 어족자원 관리 문제를 우려했다.

고기를 많이 못 잡는다고 추도 어민들이 덜 바쁜 것도 아니다. 통발을 건사하고 고기를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면 어스름을 밝히며 바다에 나가야 한다.

새벽부터 바다에서 외지 유자망 배들과 벌이는 신경전은 이미 위험수위까지 올랐다.

추도 어민 김천득씨는 "일은 일대로 더 많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더 많다. 새벽부터 큰 배들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고기는 많이 못 잡고 통발 망가진 것만 건지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작년 초에 권현망 그물 바닥끌기 때문에 피해가 생겨서 통발어민들이 권현망수협에 협조요청하고 그 뒤로는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 외지 유자망 배들은 다 제각각이라 어디 항의할 단체도 없다. 어디서 중재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런데 추도 주민들은 고기를 많이 못 잡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한목항 대항마을에서 미조마을로 가니 건조장에 마른메기가 많은데, 고기를 많이 못 잡아도 미조마을 덕장에 메기가 가득 찬 사연은 '날씨 탓'이라는 것이다.

윤 어촌계장은 "미조항에서 나가는 어선이 한목항보다 더 크고 숫자도 많은 탓도 있지만, 날이 춥지 않고 찬바람이 안 불다 보니 건조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전에 걸어놓은 거를 빨리 내리지 못하는 탓에 건조대에 고기가 쌓이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주민 이명순씨는 "뭍에 사람들은 날 따시다고 좋아하겠지만, 고기 말리려면 겨울이 겨울 답고 바람이 차야 되는데 올해는 여러 모로 힘들다"며 "마을 아주머니들도 메기배가 고기를 많이 싣고들어와야 용돈벌이도 좀 하는데 올해는 참 안 바빠서 큰일이다"라고 말했다.

추도 어민들은 외지 배들에 추도 물메기가 남획되는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통영명품 추도특산 마른메기는 미래가 없다며, 행정의 개입을 통해서라도 조율과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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