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신동 김미수 '카스테라'

시국이 어수선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될만큼 진짜 어수선한 요즘입니다. 유행하는 농담으로 표현하자면 어쩌면 앞으로는 더 어수선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여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다시 손에 들었습니다.

책 추천 글도 이 책처럼 재미있게 쓰고 싶은데, (그다지 재미있거나 상큼한 표현은 떠오르지 아니한 이 막막함) 박민규 작가는 이전의 문단에서 보아왔던 근엄함과 순수문학의 진지함을 탈피한 소설가라고 볼 수 있으며 능청스럽게 농담을 늘어놓다가 진담이 담긴 메시지를 던져주며 마무리하는 이야기꾼입니다.

'카스테라'는 여러 편의 단편을 모아 묶은 책인데, 표제작 '카스테라' 그리고 이어지는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갑을 고시원 체류기'까지 ...... 제목부터 기발하지요?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이런 제목을 써 내다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제목을 지은 것 같은데, 읽고 보면 딱 제 몸에 맞는 옷이라는 감탄사가 들게 됩니다.

웃을 일 없는 요즘 뉴스만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여러분께 그냥 읽을 만한 책이야기를 드리고자 이 책을 소개합니다. 있잖아요, 그런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건 분명 뻥인것같은데 계속 듣게 되고 빨려 들어가는 그런 사람. 이 책은 그렇습니다.

읽다보면 피식비픽 웃게 되고 계속 읽게 됩니다. 최소한 저에겐 그랬습니다. 최대한 이 책에 대한 좋은 이야기는 검색해보거나 박민규라는 이름을 포털에 치면 실컷 나옵니다. 저는 그냥 궁금증만 띄워드릴게요. 읽고나서 저랑 이야기 나누며 걀걀걀 웃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취를 하게 되면서 소음이 굉장한 냉장고와 동거(?)를 하게 되었는데 그 냉장고의 전생이 훌리건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시작되는 '카스테라'는 한마디로 소설적 상상력의 끝판왕이랄까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을 터득(?)하고는 골치아픈 여러 가지를 냉장고에 넣어버립니다. 아버지를 냉장고에 넣고 어머니도 넣어버리고 학교도 신문사도 오락실, 동사무소, 그리고 중국도... 냉장고에 넣어버리고.

물론 소설적 상상력이지만 얼마나 속시원한 해결입니까? 나도 소음이 굉장한 냉장고를 구입해서는 그 안에 온갖 싫은 것들을 넣어버리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냉장고 안이 소란스러울 것이라는 것은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작가는 그렇게 짐작가능한 마무리를 하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단정한 직육면체의 카스테라로 끝나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가까운 빵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확~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박민규 작가도 카스테라 빵을 아주 사랑하는 분일것입니다. 하하하~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라는 단편이 저에게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렸을 때 '너구리'라는 게임을 해 보았던 독자라면, 게다가 너구리 게임에서 막혔던 스테이지가 있었고 게임 엔딩 로고음악과 함께 너구리가 떨어지고 압정에 꽂히는 장면을 기억한다면, 게다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지 못해 아쉬웠던 그 심정을 기억한다면 이 세계에 너구리 인간이 존재한다는 설정을 200% 공감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까지 읽고 나면 반드시 목욕탕에 가서 때밀이를 맡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하철의 푸시맨이라는 일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아... 어쩌나, 출근하는 아버지를 푸시 하여 지하철 문이 닫히기 전까지 밀어넣어야 하는 운명이라니, 어느날 아버지가 사라집니다. 슬프거나 서글프거나 먹먹해질 수 있는 이야기의 마지막은 역시 박민규식 유머와 유쾌한 상상력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그렇고 그러하여 얼마나 가슴 아픈 이야기인가? 얼마나 갑갑하고 힘든 시국인가? 눈물 콧물 짜낼수 있는 현실을 그려놓고 작가는 한 방 잽을 날려주듯 싱긋 윙크하며 키득 웃게 만들어주는 위트를 남겨줍니다.

마냥 유쾌하게 웃어버릴 수는 없으나 그래도 웃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능력 아닐까요? 박민규 작가는 '카스테라'라는 달콤하고 맛있는 책을 우리에게 던져주며 이건 말이야, 카스테라야, 먹어봐 라고 말하며 던져줍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으나 즐겁게 읽을수 있다는 것이 '카스테라'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어수선하디 어수선한 시절, 무엇을 해도 희망도 없을 것 같고, 무엇도 하고싶지 않고, 읽고 싶은 것도 없고, 생각하고 싶은 것도 없다면 tv를 켜서 개그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보다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권해드립니다. 자, 맛있는 카스테라 한 입 드셔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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