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만들기와 마을공동체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주민을 배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는 공권력과 자본에 의한 도시 재개발로 인해 소중한 삶의 터전과 마을공동체를 잃은 도시민의 저항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주거지 정비 및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1970년대부터 전개되어온 도시빈민지역에서의 주민운동, 1980년대 이후의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기초한 기역운동의 전통, 자립적 경제를 위한 생활협동운동, 환경·생태 공동체 운동 등의 형태로 성장했다. 1990년 중후반에는 주거환경 개선 및 정비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문화관광부, 농림부, 행정자치부, 국토해양부 등의 중앙행정기관에서 다양한 행태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참여 커뮤니티 중심의 새로운 주거지 정비방식을 위한 대안 개발의 방식으로 마을만들기가 논의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마을만들기 지원조례 제정 등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 지역 및 도시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김진아 '공동체주의 정의론의 관점에서 본 마을만들기 사례 비교분석')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진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는 주거환경 파괴에 대한 대처, 주민환경의 질 인식 제고, 자녀교육 환경에 대한 관심의 증대, 여가 및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동대처 노력 등에 의해 시작된다. 주민주도의 마을만들기는 친근한 거리만들기, 아파트공동체 운동, 지역만들기 운동, 녹색가게 등과 같이 도시의 작은 공간단위 또는 정주단위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협의체를 조성하고 지역문제에 접근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주민외부지원형은 지역 주민과 외부의 시민단체 혹은 전문가가 주축이 되어 마을만들기를 추진하는 경우이다. 주민들이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전문적인 지원을 유도하여 활용하거나, 외부의 전문가들이 마을의 문제를 제기하고 개입하는 과정이다. 주민들의 요구나 참여의지가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의 단체나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활동을 주도하는 경우 사업이 일회성으로 그치기 쉽다. 그래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 나가는 활동이 필요하다.(고길섶 문화기획자의 '문화효과와 마을만들기')


마을만들기는 주민이 중심돼야
마을만들기의 첫 번째 임무는 마을만들기 진행과정에서 분란이 일어나 주민간 반목과 갈등으로 마을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과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을의 위기를 극복하고 젊어지는 마을, 활력있는 마을로 나아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마을 사람들의 주체성, 자기조직화 여부에 달려 있다.

마을만들기는 행정이나 단체에서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주민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시민참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지역과 주민이 계획과정 및 사업추진을 주도하고 행정은 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형태를 취한다. '주민·외부지원·행정결합형'은 주민 혹은 전문가나 시민단체에 의해 추진된 활동에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행정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은 활동을 확대하고 구체화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유용문 통영동피랑생활협동조합 사무국장(53)은 "마을만들기는 주민 스스로가 삶의 터전인 마을의 주인으로 거듭나고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창조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다. 이런 점에서 마을만들기는 '삶터 가꾸기', '공동체 이루기', '마을사람 만들기'라는 의미를 함축한다"고 말했다.

삶터 가꾸기의 마을만들기는 마을삶터(생활환경)를 주민들(시민, 이용자) 스스로 나서서 가꾸어 가는 일이다. 생활하는 데 고통과 불편을 주는 생활환경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개선하며, 주민의 편의를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공용공간이나 시설·장소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공동체 이루기의 마을만들기는 마을공동체(주민조직)를 이루는 일이다. 공유공간에서 벌어지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하며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의사소통의 경로와 활동체계를 만들며, 주민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일이다.

마을사람 만들기의 마을만들기는 책임감 있고 자격있는 강한 마을사람(주민, 시민)을 기르는 일이다. 개인 공간에만 집착하던 개개인들이 공유공간에 관심을 갖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고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주민으로, 민주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다.

유용문 동피랑생활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마을만들기와 마을공동체는 그것이 운동이든, 활동이든, 사업이든 항상 주민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보다 실질적 주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일의 시작과 과정에 함께 해야 한다. 또 누군가 그 일을 다 해버리면 주민은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주민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형 마을만들기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주민이 외부화된 사례인 서울 이화마을 벽화가 주민에 의해 제거된 것은 주민주도 참여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또 물질적 변화와 가시적 성과에 집착한 경우 마을해체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장소성이나 지역성을 무시한 사업의 진행, 공모사업의 만연으로 마을만들기의 획일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와함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나 공방, 소규모 카페 등의 공간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이후 이들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이에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도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임대료가 치솟게 된다. 그 결과 소규모 가게와 주민들이 치솟는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나게 되고, 동네는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화된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2016 마을만들기 기획컨퍼런스 '마을집강소'자료집)


공동체성의 붕괴와 마을의 위기
정책에 따라 마을만들기 사업은 진행했지만 조성된 시설들이 계획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다른 용도로 전용되거나 방치되는 일들이 종종 생겨 사업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곤 한다.

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거의 없는 주민들에게 시설을 만들어 주고 운영과 관리를 하게 하는 사업 구조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농촌 마을계획에 있어서 기본계획에 대한 생각과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사업에서는 유지관리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계획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기본계획의 내용과 과정은 다분히 전문가적이고 공급자 중심이다. 마을만들기는 수혜자와 이용자 중심으로 계획의 초점이 전환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이 확실하게 그 시설들을 능동적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마을내규나 협약을 맺도록 유도하는 일들이 기본계획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마을만들기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시설을 통해 마을의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따라서 이 일의 출발이 되는 기본계획이 시설을 만들기 위한 기본계획이 아니라 주민들의 공동체 정신과 의지를 배양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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