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역대급 시국집회’ 1500여명 강구안~무전동 행진, 오는 11일 재개

-청소년들 “역사의 현장에는 학생들 있었다”, 어른들 “젊은이들에 미안하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통영에서도 “박근혜정권 퇴진하라”며 분노한 시민들의 외침이 촛불 행렬로 피어올랐다.

지난 7일 저녁 ‘박근혜 하야! 통영시민 촛불문화제’에는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고교생들까지 약 1,5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어 강구안 문화마당을 가득 채웠다.

 

 

주최측 민중총궐기통영투쟁본부(집행위원장 한점순)의 예상을 훨씬 넘어선 시민들의 참가에 준비해둔 양초 1,000개가 일찌감치 소진되었으며, 연단에서 발언이 이어지는 중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집회는 통영에서 문민정부시대 들어 최대 인원이 모인 것으로, 현장 경비를 위해 출동한 통영경찰서 관계자도 “이정도 인원 집회는 통영에서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였다.

경남도내 야권 인사들도 참석했으나 저마다의 깃발을 세우는 대신 시민들과 함께 종이피켓을 들고 “박근혜정권 퇴진” 구호를 외쳤다.

정의당 여영국 도의원은 “대통령의 일은 국민을 보호하는 일인데 오히려 세월호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안된다. 내년 12월 대선까지 감당할 수 없다”고 퇴진을 촉구했다.

노동당 경남도당 박홍진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욕심 없다느니 하는 분들도 있던데, 욕심은 모르겠고 정신이 없다”며 “대통령 퇴진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 문제는 집권세력이다. 그들은 얼굴만 바꿔서 계속 유지하려 한다”고 새누리당의 책임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통영고성 백두현 위원장은“헌정파괴 주범 박근혜 대통령을 당장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새누리당은 물론, 삼성을 비롯한 재벌, 조중동 보수언론과 종편도 공범”이라고 말했다.

통영시민 자유발언에는 어른들보다 청소년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동원고 정모군은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이 조항이 지켜진 적이 없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이것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헌정질서 문란 책임지고 박근혜 퇴진하라고 외쳤다.

통영여고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와 위안부문제 졸속합의를 보며 화가 났다. 학생신분이지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제는 더 이상 지켜볼수만은 없어서 나왔다. 정말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통영고 이모군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위안부 졸속합의 등 여러 사건들을 지켜보며 썩은 상처에서 고름이 터져나오는 기분이었다”며 “어른들은 학생들이 뭘 아냐고 하지만 3.1절, 4.19혁명, 5.18항쟁, 6.10민주화운동 등 역사적인 사건에는 학생들이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피켓을 들고 무대에 오른 통영고 학생들은 플라톤을 인용하며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라며 “지금부터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면 저질스런 인간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당의 꼭두각시가 된 대통령을 하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왔다는 어느 학생은 “지금 선생님들이 이곳에 보여서 아무말도 안 할까 했는데, 말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 나왔다”며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어떤가. 민주정부가 아니다. 무능한데도 어른들이 뽑아주신 결과다”라며 청소년들이 정치발언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청소년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국가기강 문란사태의 현 정권을 비판했다.

이규성(57)씨는 “저녁에 일이 바쁘지만 젊은이들에게 미안해서 나오게 됐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오늘 모이신 젊은 여러분과 마찬가지다”라며 시국을 개탄하는 자작시를 낭독했다.

강구안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토성고개를 넘어 무전사거리, LG베스트샵통영점 앞까지 “허수아비 대통령 박근혜 물러가라” 구호를 외치며 약 2km 행진했다.

촛불 행렬이 지나는 도로에서는 정차 중이던 운전자들과 상점에서 나온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를 주관한 민중총궐기통영투쟁본부 한점순 집행위원장은 서울 광화문광장 대규모 집회 전날인 11일 오후 7시 강구안에서 2차 통영시민 시국촛불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 정용재 기자, 추민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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