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는 측백나무과 상록 침엽수다.

삼나무, 화백나무와 함께 구한말 일본에서 들어왔다. 일본이름 그대로 '히노끼(檜)' 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자생하는 측백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 잎 앞면과 뒷면 색깔과 모양이 같으면 측백, 뒷면에 Y자 모양 흰백선으로 된 숨구멍이 있으면 편백이다.

잎의 질감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어 성장이 멈춘 가을과 겨울철에는 잎의 색깔이 다소 갈색을 띈다.

자생지인 일본에서는 많은 변종과 개발 품종이 있다. 40여 미터의 키와 2미터 직경까지 이른다.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편백나무는 대만의 편백나무인데 현재도 살아있고 공식적으로는 천년이 넘는 편백나무라고 말하는데 비공식적으로는 이천년이 넘는 편백나무라고도 말을 한다.

가지는 수평으로 뻗어 비교적 안정감을 준다. 음수이고 내한성이 약해 주로 따뜻한 남해안 지역에 많이 조림되었고 방풍수 수종으로도 심었다.

토심이 깊고 습기가 적당한 비옥한 토양에서 성장이 왕성하다. 편백은 재질이 매우 단단하다.

예전에는 이 나무로 불을 일으켜 불나무(火木)로 불리기도 했다. 목재는 음향 조절력이 있어 음악 강당의 내장재로 인기가 좋으며 강도가 높아 보존성이 높으므로 목관(木棺), 조각재, 불구재(佛具材), 선박재료로 귀하게 쓰였다.

통나무집을 지을 때 건축 주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또한 이 나무를 펄프 원료로 만든 종이는 오랫동안 변질되지 않아 곡물, 차 등의 포장재로 사용하였다.

전남 장성군은 이 편백나무로 가로수를 조성하여 이국적이면서도 멋진 명품 거리를 조성하였다. 편백은 수천, 수만그루가 떼를 이루어 모여 자라기를 좋아한다. 자기네들끼리 높이 경쟁을 하며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오른다.

오늘날 미인의 모습을 닮은 작은 얼굴과 긴 다리에 늘씬한 몸매를 뽐낸다. 크리스마스 트리로도 안성맞춤이다.

편백나무는 햇빛, 바람, 기온 등과 같은 자연의 변화는 물론 해충과 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 향균물질을 내뿜는다.

바로 식물이 2차 대사 산물의 일종으로 알려진 피톤치드(Phytoncide)이다. 피톤치드는 1937년 러시아의 생화학자 토킨이 명명했다. 수년, 수십년, 수백년을 기다려 무성해진 자연 숲은 우리 사람들에게 건강한 피톤치드라는 자연향을 내뿜는 것이다.

보약보다 좋다는 피톤치드는 잎을 뜻하는 '파이톤(Phyton)과 죽음을 뜻하는 사이드(cide)'의 합성어다. 즉, 식물이 자기방어를 위해 내뿜는 살균, 살충 물질인 것이다. 피톤치드 성분 중 가장 으뜸인 것은 테르펜(terpene)이다. 숲의 상큼한 냄새는 곧 테르핀 향기다.

테르핀은 스트레스를 줄여 주고 행복감을 키워 준다. 암, 아토피, 기관지염, 각종 통증 등 다양한 질환에도 효능이 있다.

이 나무의 정유를 통한 채취로 향유나 약재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이 물질은 정신을 차분하고 맑게 해주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피톤치드는 '공중의 비타민' 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피톤치드의 발산량은 편백나무, 잣나무, 소나무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이 중 편백나무는 다른 바늘잎나무 보다 세 배나 많은 피톤치드를 발산한다.

여의도 면적 세배에 가까운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이 있고,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 고흥 외나로도, 부산 성지곡 수원지, 창원 평지산, 고성 갈모봉산 편백나무숲 그리고 통영 미륵산 미륵사 주변 편백나무 숲길 역시 장관이다.

불볕 더위가 도무지 사그라지지 않을 기세이지만 그래도 여름의 끝자락은 멀지 않았다. 이럴 때 편백나무숲에서의 휴식은 과히 환상적이리라. 자연이 일구어낸 천연 자연향 덕분에 인간들은 지친 육체와 마음을 치유받고 위무받는다.

숲은 우리 인간의 고향이다. 숲은 생명의 원천이다. 숲의 깊고 넓음은 엄마품을 닮았다. 그래서 우리는 숲에 들어서면 마치 고향에 온 듯 푸근하고, 엄마품에 안긴 듯 넉넉해지며 동심의 세계로 젖어든다. 숲에 들면 우리 모두는 시인이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인은 편백 숲 그늘 평상에 누워 책을 읽으며 세상을 잊는다.

"작은 얼굴 긴다리 늘씬한 몸매/ 정갈하게 빗어 올린 머리카락/ 흔들림 없는 자태/ 바람이 건드려도/ 벌 나비가 유혹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오직 하늘만 우러르며/ 달려온 세월/ 옹이진 결기/ 몸통 군데군데 새겨두고/ 휘몰아치는 거센 폭풍우/ 끊임없이 달려드는 뭇 해충들,/ 피톤치드 팍팍 내뿜으며/ 견디며 이겨낸 세월/ 아스라한 정적 속/ 풋풋한 흙냄새/ 잎맥 사이사이로 내려 앉은/ 촉촉한 대지의 숨결/ 마침내 만인의 고향같은/ 품을 이루었노라/ 그리하여/ 뭇 생명들의 영혼을 품었다/ 기다림이 만들어낸/ 천연 자연향 맘껏 들이키며/ 시인은/ 편백나무 숲 그늘/ 평상에 누워 책을 읽으며/ 세상을 잊는다" (졸시 '편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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